엔비디아 반독점 연대?… 글로벌 기업 ‘텐스토렌트’로 몰린다

AI시장 지배 기술 개발 투자 러시

‘반도체 전설’ 짐 켈러가 이끄는 회사에
삼성·LG·현대차·아마존 등 펀딩 참여
HBM 대신 GDDR로 저렴한 칩 제조
엔비디아 주도 AI칩 아성 허물기 나서

반도체 IP 생태계 확장에도 주도 역할
오픈소스 SW개발해 ‘탈ARM’ 중심

‘반도체 설계의 전설’ 짐 켈러가 최고경영자(CEO)로 있는 캐나다의 인공지능(AI)칩 스타트업 텐스토렌트에 글로벌 대기업들의 투자가 몰리고 있다. 텐스토렌트를 지원해 엔비디아의 AI 시장 지배, 영국 반도체 설계 기업 ARM에 종속된 설계자산(IP) 생태계에서 벗어나기 위한 ‘반(反)독점’ 움직임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켈러 CEO는 최근 7억달러(약 9724억원) 규모의 펀딩 라운드에 삼성과 LG전자 등이 투자했다고 2일(현지시간) 외신 인터뷰에서 밝혔다. 해당 펀딩엔 현대차그룹뿐 아니라 아마존 창업자인 제프 베이조스도 참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기대감이 높아졌다.

 

캐나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스타트업 텐스토렌트 짐 켈러 최고경영자(CEO). 삼성전자 제공

켈러 CEO는 AMD, 애플, 테슬라에서 중앙처리장치(CPU)와 AI 반도체 개발을 이끌며 업계 최고 스타 설계자로 떠올랐다. 2000년대 초반 AMD에서 경쟁자 인텔을 위협한 애슬론·라이젠 시리즈를 탄생시켰고, 애플에선 A시리즈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를 설계한 주역이었다. 켈러 CEO는 엔비디아가 장악한 기존 AI칩을 대체하려고 한다. 엔비디아가 사용하는 고가의 고대역폭메모리(HBM) 대신 그래픽 D램인 GDDR 메모리를 채택해 단가를 낮추고 전력효율은 높인 AI칩 ‘웜홀’을 개발했고, 차기작도 개발을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GDDR6 메모리를 사용한 텐스토렌트의 ‘웜홀 n300’은 엔비디아의 대표 AI칩인 H100 성능의 3분의 1 수준이지만, 가격은 25분의 1 수준이다.

 

켈러 CEO는 AI칩 등 엔비디아의 하드웨어(HW) 독점에 더해 엔비디아 중심의 AI 소프트웨어(SW) 생태계에도 제동을 걸고 있다.

 

엔비디아가 AI 생태계를 주도하게 된 핵심은 AI 개발자를 위한 엔비디아의 플랫폼 ‘쿠다’(CUDA)에 있다. 대다수 AI 개발자들이 이미 10년 넘게 쿠다를 기반으로 프로그래밍을 해왔고, 쿠다 생태계가 점점 강력해지면서 AI칩도 결국 엔비디아 제품을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텐스토렌트는 이에 자체 AI 플랫폼 ‘TT-메탈리움’을 만들었다. 최근엔 AI 인프라 SW를 개발하는 국내 스타트업 모레와 손잡고 텐스토렌트 AI칩에 모레의 SW를 통합한 AI 데이터센터 솔루션을 개발 중이다. 해당 솔루션에선 데이터센터를 지을 때 타사 AI칩을 사용할 수 있으므로, 품귀 현상을 겪는 엔비디아의 AI칩을 확보하기 위해 백방으로 뛸 필요가 없어진다.

 

텐스토렌트는 ARM에 종속된 반도체 IP 생태계를 확장하는 데에도 힘쓰고 있다.

 

ARM은 모바일 기기의 두뇌에 해당하는 AP 설계 분야에서 독보적인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삼성전자, 퀄컴, 애플 등 세계 1000여개의 반도체 기업이 ARM의 IP를 바탕으로 반도체를 설계하고 막대한 대금을 치른다.

 

반면 텐스토렌트의 AI 가속기는 오픈소스 리스크파이브(RISC-V) 기반으로 설계된다. 오픈소스라서 IP 사용료를 낼 필요가 없으므로 AI 가속기 단가를 낮추고 경쟁력은 높일 수 있다.

 

‘리스크파이브 전도사’로 불리는 켈러 CEO는 삼성전자, 구글, 퀄컴 등 13개 반도체 기업이 참가하는 SW 공동 개발 연합체 ‘리스크파이브 SW 에코시스템’(RISE)의 설립을 주도하며 ‘탈ARM’의 중심에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