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女 비만 눈에 띄게 증가… 운동 줄고 음주·흡연 늘었다 [뉴스 투데이]

국민건강영양조사

비만 유병률 女 27.8%·男 45.6%
男 2.1%P 줄어들 때 女 2.1%P↑
“먹을 때 도파민 분비… 먹방 영향”

음주율·폭음률도 女만 늘어나
감소세 흡연율은 모두 소폭 증가
신체활동 실천율은 나란히 하락

지난해 여성의 음주와 흡연, 비만 유병률이 모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젊은 층 비만이 몇 년 동안 증가하는 추세인 가운데 20·30대 여성의 비만 증가세가 두드러졌고, 흡연은 전자담배 종류 확대 등의 영향으로 남녀 모두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남성의 음주가 전반적으로 줄어든 반면 여성의 폭음과 고위험 음주가 증가했는데, 여성의 사회활동이 활발해지고 사회적 역할 구조가 변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女 비만·음주 증가

 

질병관리청이 3일 공개한 ‘국민건강영양조사 2023년’에 따르면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고혈압이 감소하고, 음주·신체활동·비만은 정체였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최근 10년간(2014∼2023년) 19세 이상 성인의 고혈압, 당뇨병 유병률은 큰 변화가 없고, 비만·고콜레스테롤혈증 유병률은 증가했다. 지난해의 경우 고혈압, 고콜레스테롤혈증이 전년 대비 소폭 줄었고, 비만과 당뇨병은 전년과 유사했다.

 

특히 비만 유병률은 지난해 남성 45.6%, 여성 27.8%로 전년 대비 남성은 2.1%포인트 감소했지만, 여성은 2.1%포인트 증가했다. 남성은 20대에서 지속적인 증가 추이를 보였고, 30∼50대 절반이 여전히 비만이었다.

 

여성은 20·30대의 비만 유병률이 전년 대비 큰 폭으로 증가했다. 20대는 2022년 18.2%에서 2023년 22.1%로 3.9%포인트 늘었고, 30대 여성 비만도 2022년 21.8%에서 2023년 27.3%로 5.5%포인트 증가했다.

 

이에 대해 김경곤 가천의대 길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여성은 소득수준별 유병률 추이가 달랐다”며 “소득 수준이 낮은 그룹의 비만에 대한 경각심이 필요하다”고 했다. 남성은 소득 상·하위 그룹 간 유병률에서 큰 차이가 없지만, 여성은 소득수준이 하위인 그룹에서 유병률이 높았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전체 젊은 층의 비만 증가에 대해 “흡연, 음주도 그렇지만 쾌락과 관련된 뭔가를 하는, 도파민 분비를 유발하는 행동을 용인하는 분위기가 되고 있다”며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도 도파민 분비가 굉장히 강한데 이런 경험에 가치를 높게 두고 삶의 우선순위에 두는 방식이 자리 잡아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젊은 층 비만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이를 억제하는 정책을 세워야 한다”며 “정부가 늘어나는 ‘먹방’ 등을 인위적으로 억제할 순 없지만 이런 방송이 영향을 주는 것은 분명하기 때문에 건강 인식에 대해 홍보와 교육을 늘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난해 남성에 비해 여성 음주가 증가한 데 대해선 사회 변화가 이유로 꼽혔다.

 

최근 1년간 1회 평균 음주량이 소주 7잔 이상(여성 5잔)이며, 주 2회 이상 음주하는 비율인 고위험음주율은 2023년 전체 13.8%로 전년 대비 큰 변화가 없었지만, 남성은 감소(21.3%→19.9%)하고, 여성은 증가(7.0%→7.7%)했다.

 

최근 1년간 월 1회 이상 한 번의 술자리에서 남성은 소주 7잔(맥주 5캔) 이상, 여성은 5잔(맥주 3캔) 이상 음주한 비율인 월간폭음률도 37.2%로 전년과 유사하지만, 남성은 감소(48.8%→47.9%)한 반면, 여성은 증가(25.9%→26.3%)했다.

 

임민경 인하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는 “특정 수치의 소폭 증가로 단언할 수 없고 같은 패턴이 지속되는지를 봐야 한다”면서도 “다만 음주의 경우 소득수준이 상위인 20·30대 여성의 음주와 폭음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임 교수는 “여성의 사회활동이 활발해지고 사회적 역할 구조가 변경해오면서 폭음과 고위험 음주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며 “예전에 50대 이후 여성의 음주율이 높게 나타난 것과는 또 다른 양상”이라고 분석했다.

 

서울 시내에서 흡연하는 시민들. 뉴스1

◆男·女 모두 흡연 늘고, 운동 줄고

 

최근 10년간(2014∼2023년) 19세 이상 성인 남성 흡연율은 큰 폭으로 개선돼 왔지만, 지난해에는 남녀 모두 소폭 증가했다. 신체활동 실천율의 경우 감소 추이를 보였으나 2020년 이후 증가 경향이었다.

 

일반 담배를 기준으로 한 현재흡연율은 2023년 남성 32.4%, 여성 6.3%로, 전년 대비 남성은 2.4%포인트, 여성은 1.3%포인트 각각 증가했다. 담배제품 전체를 기준으로 한 담배제품 현재사용률은 2023년 남성 38.9%, 여성 8.3%로, 전년 대비 남성은 2.3%포인트, 여성은 1.1%포인트 각각 증가했다.

 

특히 젊은 여성 흡연율이 증가한 데 대해선 달라진 사회 분위기가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20대 초반부터 흡연을 한 김모(36·여)씨는 “특별히 흡연하는 젊은 여성들이 늘어났다기보다 과거에는 흡연 사실을 당당하게 밝히지 못했는데 최근 들어 이런 경향이 완화한 것 같다”고 했다.

 

임 교수는 흡연 증가에 대해 “액상형 담배 등이 유입되면서 사용량이 늘고 흡연율도 올라가고 있다”며 “특히 다중 제품 사용 비율이 굉장히 높다”고 했다. 일반 담배(궐련) 사용률이 24%인데, 담배와 액상형 담배 등 여러 형태를 섞어 사용하는 비율이 15%에 달한다는 것이다. 임 교수는 “흡연율은 2017년과 비슷해 오히려 5년 뒤로 퇴보한 게 아닌가 싶다”며 “새로운 담배 흡연은 물론 다중 흡연이 굉장히 급속도로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다중 흡연은 젊은 층, 특히 20대 여성에서 가장 두드러진다”며 “젊은 층이 새로운 제품이나 전자기기를 선호하는데, 숨기면서 피우다가 새 제품이 들어오고 냄새나 연기도 없어지면서 사용 장벽이 내려간 것”이라고 해석했다.

 

한편, 지난해 유산소 신체활동 실천율은 남성(55.4%→54.4%)과 여성(50.7%→50.4%) 모두 소폭 감소했다. 최근 10년간 소득수준간 격차를 살펴보면, 흡연, 신체활동 비실천, 비만, 고혈압, 당뇨병이 소득수준 상위그룹보다 하위그룹에서 더 높았다. 특히, 남성에서 흡연과 신체활동 비실천, 여성에서는 비만의 상·하 그룹 격차가 지속되고 있고, 지난해에는 그 격차가 더 커졌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