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한 문제에 대해 신중한 판단을 하는 것이 모호함이라고 치부될 순 없다.”
‘김건희 여사 특검법’ 재표결을 앞두고 “전략적 모호성”을 내세운 친한(친한동훈)계에 대한 당내 반발에도 3일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이같이 말하며 물러서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예산·입법·탄핵안 일방처리 등 야당의 맹공 속에 원내로 주도권이 몰리는 상황에서 한 대표가 입지 확보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한 대표는 국회도서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 여사 특검법에 대한 한 대표의 모호한 태도를 지적하는 일각의 비판에 맞서 “우리는 자유민주주의 정당이고, 의견은 다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당원 게시판 논란을 파고든 친윤(친윤석열)계 공세에 친한계는 김 여사 특검법 수용 가능성을 꺼내들며 역공을 펼쳤는데, 한 대표가 이를 긍정하고 나선 것이다.
의원총회 등에서 최근 한 대표가 보이는 모호한 태도에 공개적인 반발이 터져 나오고 있지만, 한 대표 역시 강 대 강 전선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날 의총에선 특검법 재표결 국면에서 “단일대오를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과 함께 친한계 정성국 조직부총장, 신지호 전략기획부총장에 대한 공개 비판이 제기됐다.
여권에선 특검법 재표결 시 기표소에 들어가지 않고 투표하는 방법으로 ‘전원 무효표’로 부결시키는 방법도 거론되는데, 이에 대해서도 이날 한 대표는 “편법을 목적을 위해서 동원할 경우에는 국민이 크게 비판하지 않겠나”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헌정 사상 최초로 더불어민주당이 예산 감액안을 강행 처리하고, 감사원장·검사 탄핵소추안까지 밀어붙이며 원내로 이목이 집중되는 상황도 원외 대표인 한 대표에게 달갑지만은 않다. 국민의힘은 4일 당 소속 국회의원과 원외 당협위원장을 비롯해 의원 보좌진, 지역 당원까지 총동원해 2000명 규모의 집회를 국회 본관 앞에서 열 예정이다. 본회의에서 민주당의 탄핵안 일방처리 방침에 항의하는 차원의 여론전이다.
하지만 한 대표가 실제로 김 여사 특검법을 수용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 영남권 초선은 “지금은 원내 중심으로 똘똘 뭉칠 때라 한 대표도 고민이 많을 것”이라며 “김 여사 특검법이 통과하는 순간 분열의 시작”이라고 했다. 한 수도권 재선 의원도 “김 여사 특검법이 통과되는 건 개헌저지선이 뚫리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한 대표가 그 길을 가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