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 ‘HTS’ 운영 260억 뜯은 일당 ‘전기통신금융사기죄’ 원심 확정 계좌 지급정지·피해자 환급 가능
대법원이 보이스피싱뿐 아니라 주식과 코인 사기 범죄에도 통신사기피해환급법을 적용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놨다. 주식 리딩방이나 가상자산(코인) 사기를 당한 피해자도 출금 금지와 피해금 환급 같은 통신 사기 구제 제도를 적용받을 수 있다고 본 것이다.
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8년을 선고한 원심을 지난달 28일 확정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 5명에게는 징역 3∼6년의 실형을 각각 선고했다.
A씨 등은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가짜 선물 거래 홈트레이딩 시스템(HTS)을 통해 피해자들의 돈을 편취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해당 HTS 프로그램을 통한 선물 투자로 수익을 보장하겠다고 속여 260억원이 넘는 돈을 갈취한 것으로 파악됐다.
재판에서는 이 사건 선물 사기 범행도 통신사기피해환급법이 정한 ‘전기통신금융사기’로 볼 수 있는지가 쟁점이었다. 통신사기피해환급법은 전기통신금융사기를 ‘전기통신을 이용해 타인을 기망, 공갈해 재산상 이익을 취하는 행위’라고 규정하면서도 ‘재화의 공급 또는 용역의 제공 등을 가장한 행위’는 대상에서 제외한다. 이 때문에 주식이나 선물 투자를 빙자한 사기, 코인 사기 피해자는 이 법이 정한 계좌지급정지나 피해금 환급 같은 구제·보호제도를 사용할 수 없었다.
1심도 A씨 일당의 사기와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등은 유죄로 봤지만,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위반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해당 법률상 전기통신금융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본 것이다. 이에 따라 범죄수익 1억여원을 추징해달라는 검사의 요청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2심은 그러나 “이 사건 범행에서 용역 제공과 대가 관계에 있지 않은 금액 편취행위는 전기통신금융사기에 해당한다”고 판단하며 유죄로 판단을 뒤집었다. 피고인들이 상고했지만 대법원 역시 원심 판단이 맞는다고 보고 판결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재화의 공급 또는 용역 제공 등을 가장한 행위를 전기통신금융사기에서 제외하는 이유는 보이스피싱이 아닌 온라인상에서의 재화나 용역에 관한 일반적인 거래를 규율 대상에서 배제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재화의 공급 또는 용역의 제공’이 관여되기만 하면 모두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입법 목적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