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당국이 농협, 수협, 산림조합 및 신용협동조합, 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권의 건전성을 제고하기 위해 대형 조합을 시작으로 ‘스트레스 테스트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이들 기관의 재무 건전성을 둘러싸고 부동산·건설업발(發) 불안이 큰 상황에서 리스크 확대에 대비하기 위한 선제 조치로 풀이된다. 아울러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정상화 과정에서 불거질 수 있는 금융시장 불안에 대응하기 위해 상호금융권에 적용하기로 한 부동산·건설업 대손충당금 적립금 상향 시기는 일부 유예해 주기로 했다. 세계일보는 4일자 지면에서 이러한 소식을 전했다. 아울러 석유류가 큰폭으로 떨어진 덕분에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석달 연속 1%대를 기록하며 둔화 흐름을 이어갔다는 소식도 전했다. 다만 채소류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보였다.
◆일정 규모 이상 중‧대형조합, 은행‧저축은행 수준의 규제체계 도입 적극 검토
금융위원회는 3일 김소영 부위원장 주재로 유관기관들과 함께 2차 상호금융정책협의회를 열고 상호금융업권의 리스크 관리 강화 등 건전성 제고를 위한 세부추진 과제를 논의해 이같이 뜻을 모았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상호금융권의 중·장기적 건전성 제고를 위해 △조합 자본 확충 △중앙회 역량 강화 △대형 조합 건전성 관리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먼저 현재 은행과 보험, 저축은행업권에 적용 중인 스트레스 테스트를 자산 1조원 이상의 대형 조합부터 도입하기로 했다. 스트레스 테스트란 생산, 환율 등과 같은 특정 거시경제 변수의 급격한 변동을 가정하고 이러한 상황에 금융시스템이 얼마나 안정적일 수 있는지 측정하는 것을 뜻한다.
또 상호금융업권에도 은행, 저축은행 등과 함께 동일차주 개념을 통한 여신한도를 도입한다는 방침이다. 동일차주란 총수 등을 뜻하는 동일인보다 넓은 개념으로, 동일한 개인·법인 및 그와 신용위험을 공유하는 자를 의미한다.
당국은 나아가 중앙회의 경영지도비율도 은행(8%)이나 저축은행(7%) 수준까지 끌어올려 손실흡수능력을 제고한다는 복안이다. 현재 농·수·산림 협동조합은 2%, 신협·새마을금고 5%이다. 최근 중앙회의 PF 대출, 대체 투자 등 고위험 자산 운용으로 건전성 및 손실흡수능력에 대한 우려가 제기돼 있어 이러한 강화조치를 취했다고 당국은 설명했다. 조합 자본 확충을 위해서는 신협의 의무적립한도를 현재 납입 출자금 총액의 2배에서 농·수·산림 협동조합의 자기자본 3배까지 올리도록 하고, 상호금융업권의 적기시정조치 기준도 상향 평준화하기로 했다.
김 부위원장은 회의에서 “상호금융업권의 전반적인 규모가 확대되고 총자산이 1조원 이상인 조합이 늘어나는 등 개별 조합의 대형화도 빠르게 이루어지고 있는 점을 감안해 일정 규모 이상의 중‧대형조합에 대해서는 은행‧저축은행 수준의 규제체계 도입을 적극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금융위는 더불어 상호금융권의 대손충당금 적립금 상향 시행시기를 조정해 늦춰주기로 했다. 최근 무궁화신탁에 대한 경영개선조치 등 부동산 PF 조정 과정에서 금융시장 불안정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를 의식한 조치다.
당국은 지난 2월 부동산 리스크 증가 등을 이유로 상호금융권의 대손충당금 적립률을 올해 말까지 120%, 내년 상반기 말까지 130%까지 각각 올리라고 지도했었는데, 내년 상반기 말까지 120%, 하반기 말까지 130%로 반년씩 각각 유예했다.
금융위 측은 “규제 도입 당시에는 예견하지 못해 부담이 일시 집중되는 문제가 발생하면 상황을 면밀히 분석해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당국의 부동산 PF 관리가 느슨해진 것은 아니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22일 신협에 부동산·건설업에 편중된 대출 리스크를 관리하는 내용의 경영 유의 조치를 내린 바 있다. 이달 29일 ‘상호금융업감독규정’ 시행에 따라 조합은 부동산·건설업 각각에 대한 대출이 대출 총액의 30%를 넘지 않아야 한다.
금감원은 이와 관련해 “(신협중앙회가) 감축계획서 제출 외 조합의 대출한도 준수를 유도할 실효적 방안이 미흡하다”며 “감독규정 시행일 후 대출한도를 초과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부동산·건설업 대출한도를 초과한 조합에 여신업무 관련 전산 통제 등을 실시하고, 부실 채권을 매각하게 하는 등 구체적인 한도 초과 해소계획을 수립하라고 촉구했다.
금감원은 한국투자금융지주에 대해서도 정기적인 부동산 PF 스트레스 테스트 실시가 필요하다고 지난달 26일 경영 유의를 내렸었다.
◆11월 소비자물가지수 전년 대비 1.5% 상승
3일 통계청에 따르면 11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14.40(2020년=100)로 1년 전보다 1.5% 올랐다. 앞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4월부터 다섯달 연속 2%대에 머물다 9월부터 1%대로 내려왔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농·축·수산물 물가는 1.0% 올라 전체 물가를 0.08%포인트 끌어올렸다. 특히 채소류가 10.4% 뛰어 석달 연속 10%대 상승을 보였다. 다만 기상여건 개선, 출하량 확대 등으로 상승폭은 10월(15.6%)보다 둔화했다. 품목별로는 무(62.5%), 호박(42.9%), 오이(27.6%) 등의 상승이 두드러졌다.
공미숙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여름철 고온에 따른 작황 부진으로 채소 가격이 올랐던 영향이 여전히 남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석유류는 5.3% 내리면서 전체 물가를 0.22%포인트 끌어내렸다.
‘밥상 물가’와 관련 있는 신선식품지수는 0.4% 상승해 2022년 3월(-2.1%) 이후 32개월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생활물가지수 상승률은 1.6%로, 석달째 1%대를 기록했다.
황경임 기획재정부 물가정책과장은 “인플레이션이 누적돼 물가 수준이 올라갔기 때문에 체감물가는 아직 높을 것”이라며 “고물가 추세가 둔화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은행은 이날 물가상황점검회의를 열고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당분간 2%에 근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웅 부총재보는 “최근 환율이 상승했지만, 파급 시차 등을 고려할 때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 제한적이며 12월 이후 나타날 것”이라며 “앞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기저효과와 환율 상승의 영향으로 당분간 2%에 근접해 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향후 물가 전망 경로는 환율·유가 추이, 내수 흐름, 공공요금 조정 등에 영향받을 것”이라며 “연말·연초 기업의 가격 조정 파급효과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의 주간 거래 종가(오후 3시30분 기준)는 전일보다 1.6원 오른 1402.9원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