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경비대 출입문 봉쇄… 의원들 진입 시도 ‘아수라장’ [尹, 비상계엄 선포]

여야 당혹 속 긴급 소집령

이재명, 국회 담 넘어 본청에 도착
“군대 동원해 의원들 체포 가능성”
“명령은 국민 뿐” 장병들에 호소도
국회의장 “장소불문 본회의 곧 연다”
일부 계엄해제 의원 정족수 확인도
조국 “윤 불법적인 행위 탄핵 사유”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정치권은 일제히 저항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3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직후 의원 전원 소집령을 즉각 내리고 국회 집결을 시도했다. 하지만 국회 경비대가 국회를 봉쇄하면서 진입을 시도하는 국회 관계자와 의원실 보좌진, 그리고 일부 시민과 이들을 막는 경비대가 뒤엉키며 국회 정문은 아수라장이 펼쳐졌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국회로 이동하는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통해 “윤 대통령은 국민을 배반했다. 불법적 비상계엄선포는 무효다”라며 “지금 이 순간부터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 대통령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도 “국민의힘이 앞장서 위법·위헌 문제를 바로잡겠다”고 다짐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국회는 장소 제한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곧바로 본회의를 소집하겠다”고 밝혔다. 의원을 모두 소집해 즉각 계엄해제를 요구할 것이란 관측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긴급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위로 헬기가 떠 있다. 연합뉴스

국회 경비대는 이날 밤 10시 40분께 윤 대통령 계엄선포 직후 국회 출입문을 봉쇄했다. 국회 경비대는 진입을 시도하는 의원실 보좌진과 국회 직원에게 “못 들어간다. 저희도 지금 와서 확인해 들여보내고 절차에 따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국회의원 보좌진과 사무처 직원은 “왜 국회 직원을 못 들어가게 하냐”, “왜 경찰이 우릴 막냐”라고 항의했다. 이후 경찰은 직원 신분증을 확인한 뒤 이들을 입장시켰다. 시민과 유튜버 등이 모여 ‘계엄 취소’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시민들은 격앙된 표정으로 ‘무슨 계엄이냐’ 하고 소리치기도 했다. 국회 상공에 헬기 3대가 이동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이재명 대표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를 의결해야 하는데 군대를 동원해서 의원들을 체포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늦은 시간이긴 하지만 국민 여러분이 지켜주셔야 한다. 저희도 목숨바쳐 이 나라 민주주의를 꼭 지켜내겠다”라고 호소했다. 이 대표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직후 집 앞을 나섰다며 “집앞으로 무장군인들이 쳐들어오지 않을까 급하게 차리고 나섰다“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국군 장병에도 호소했다. 이 대표는 “여러분에게 명령을 내릴 수 있는 것은 오로지 국민 뿐이다”라며 “여러분이 들고 있는 총칼, 여러분의 권력은 모두 국민에게서 온 것이다. 국민은 비상계엄을 허용하지 않았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 대표는 “대한민국 경제가 회복될 수 없도록 무너질 것이고 국제 신인도도 떨어질 것이다”라며 “대한민국에 투자한 외국인은 철수할 것이고, 대한민국 경제가 망가지고 안그래도 나빠진 민생이 끝모르고 추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이 대표는 국회 담을 넘어서 겨우 본청에 도착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령을 선포한 3일 밤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정청래 법사위원장 등 야당 의원들이 심각한 표정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뉴스1

민주당 의원도 국회 본관 본회의장 앞으로 속속 모여들었다. 의원을 소집한 박찬대 원내대표는 모자를 눌러쓴 채 의원들과 이야기를 나눈 뒤 급히 원내대표 집무실로 이동했다. 대다수 의원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김윤덕 사무총장은 소속 의원과 통화를 하며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정청래 법제사법위원장도 의원들과 심각한 표정으로 대화를 나누다 회의실에 들어갔다. 박지원 의원은 “대한민국에서 이런 일이 일어날 수가 있나. 대통령이 미쳤다”라고 말했다. 당 법률위원장인 박균택 의원은 “내우외환죄이자 내란행위”라며 “이를 계기로 대통령 탄핵소추안 발의 시점은 더욱 앞당겨질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의원은 계엄 해제에 필요한 의원 정족수를 헌법을 찾아가며 확인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미처 휴대전화 충전을 하지 못한 정진욱 원내대표비서실장은 다급히 보조배터리를 찾았다. 민주당 원내대표실 관계자는 “의원들이 회의장으로 모여들고 있고 당지도부도 현재 경내에 있는 것으로 파악중”이라고 전했다. 민주당은 또 전 당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국회와 민주당 당사에 집결해달라”고 호소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긴급 대국민 담화를 통해 비상계엄령을 발표한 가운데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비상계엄해제요구안이 가결된 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여당인 국민의힘도 즉각 국회 본청에서 비상의원총회를 소집했다. 추경호 원내대표는 즉시 비상의원총회를 소집했다. 한동훈 대표도 비상 최고위원회의를 소집했다. 한 대표는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 도착해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국민의힘도 전혀 알지 못했다"며 "자유민주주의를 지켜야 한다. 국민과 함께 잘못된 계엄 선포를 반드시 막고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겠다"고 말했다. 이어 “헌법질서 내에서 국민의힘이 앞장서 문제를 바로잡겠다”라며 “국민 여러분 안심해주십시오. 반드시 위헌·위법한 계엄선포를 바로잡겠다”라고 밝혔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게엄 선포에 대해 "비정상적 폭력"이라고 밝혔다. 국민의힘 소속 성일종 국회 국방위원장은 사태 수습에 앞장서겠다며 “현재 여야 국방위원들과 함께 UN사 후방기지 방문을 위해 일본에 출장을 와 있다. 내일 최대한 빠른 비행기 편으로 귀국해 조속히 사태 수습에 앞장서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안철수 의원은 “지금의 비상계엄 선포는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비정상적 폭력이다. 국민과 함께 대한민국을 반드시 지켜내겠다”라고 자신의 페이스북에 적었다. 

 

개혁신당은 비상계엄 즉시 철회 요구와 함께, 여야 긴급회담을 제안했다. 허은아 대표는 이날 입장문을 내 "윤석열 정부는 비상계엄을 즉시 철회하라"며 "개혁신당은 여야 긴급회담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은 “혼이 비정상이다. 매를 번다”라며 “국회의원이 국회의사당에 진입하는 것을 막거나 계엄 해제 표결 하는 것을 방해하면 그 자체로 헌법 위반이고 이런 반헌법행위는 탄핵사유가 된다“고 밝혔다.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국회에서 계엄 해제를 결의하고, 윤 대통령의 불법 행위에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윤 대통령은 이 자체(비상 계엄 선포)만으로도 탄핵돼야 한다”고 밝혔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즉각 국회로 복귀한 뒤 “헌법적 절차에 따라 대응조치하겠다”라고 밝혔다. 즉각 본회의를 열어 계엄해제를 의결하겠다는 의미다. 우 의장은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국민 여러분께서는 국회를 믿고 차분하게 상황을 주시해주시기 바란다”라며 “모든 국회의원께서는 지금 즉시 국회 본회의장으로 모여주시기 바란다. 특별히, 군경은 동요하지 말고 자리를 지켜줄 것을 당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