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3일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1980년 전두환 신군부가 5·18 광주민주화운동 진압 사태 당시 선포한 이후 44년 만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날 밤 선포한 비상계엄은 헌법 77조에 규정된 대통령 권한이다. 긴급명령권(제76조 1항), 긴급재정경제처분·명령권(제76조 2항)과 함께 대한민국 헌법이 대통령에게 부여한 국가긴급권 중 하나다.
계엄의 종류에는 비상계엄과 경비계엄이 있다. 비상계엄은 헌법에 ‘대통령이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있어서 적과 교전상태에 있거나 사회질서가 극도로 교란돼 행정 및 사법기능의 수행이 현저히 곤란한 경우 군사상의 필요에 의하거나 공공의 안녕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선포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경비계엄은 대통령이 일반 행정기관만으로 치안을 확보할 수 없는 경우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선포하는 계엄을 말한다.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 이유로 종북 세력을 꼽았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긴급 담화를 통해 “종북 세력을 척결하고, 자유 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이어 “지금까지 국회는 우리 정부 출범 이후 22건의 정부 관료 탄핵 소추안을 발의했다. 지난 6월 22대 국회 출범 이후에도 10명째 탄핵 추진 중”이라며 “이것은 세계 어느 나라에도 유례없을 뿐 아니라 우리나라 건국 이후 전혀 유례없던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예산까지도 오로지 정쟁 수단으로 이용하는 더불어민주당 입법 독재는 예산 탄핵까지도 서슴지 않는다”며 “국정은 마비되고 국민들 한숨 늘어나고 있다. 이는 자유 대한민국 헌정 질서를 짓밟고, 헌법과 법에 의해 세워진 정당한 국가기관을 교란시키는 것으로 내란을 획책하는 명백한 반국가 행위”라고 규정했다.
계엄령은 1948년 정부 수립 이후 총 10번이 있었다. 최초의 계엄령은 1948년 10월 여수·순천 사건을 계기로 발동됐다. 이를 포함해 이승만 정권에서 4번, 박정희 정권에서 4번, 전두환 정권에서 1번, 박정희 전 대통령 서거 때 지역 계엄이 전국으로 확대 발동된 바 있다.
이번 비상계엄은 1987년 민주화된 후 처음으로 선포됐다. 앞서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기 전 계엄령 선포를 검토했다는 군 문건이 공개돼 논란이 된 적은 있으나, 실제 계엄령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비상계엄이 선포되면 대통령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영장제도,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 정부나 법원의 권한에 관해 특별 조치를 취할 수 있다. 비상계엄 선포와 동시에 계엄사령관은 계엄지역 안의 모든 행정사무와 사법사무를 관장한다.
실제 이날 계엄사령부는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과 정치적 결사, 집회, 시위 등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한다”는 내용 등이 포함된 포고령 제1호를 발표했다. 계엄사령관 육군대장 박안수는 포고령을 통해 “포고령 위반자에 대해서는 대한민국 계엄법 제 9조(계엄사령관 특별조치권)에 의하여 영장없이 체포, 구금, 압수수색을 할 수 있으며, 계엄법 제 14조(벌칙)에 의해 처단한다”고 밝혔다.
대통령은 계엄을 선포했을 때 지체없이 국회에 알리게 돼 있다. 다만 국회가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계엄의 해제를 요구하면 대통령은 계엄령을 해제하게 돼 있다. 22대 국회는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과반인 상태로, 민주당은 현재 즉각 계엄 해제 절차에 착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은 비상계엄 선포 직후 당 소속 의원들에게 국회로 긴급 소집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이날 국회의사당으로 향하는 차량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통해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 의결을 해야 하는데 군대를 동원해서 국회의원을 체포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윤석열 대통령의 불법적인 비상계엄 선포는 무효”라며 국민들을 향해 국회로 모여달라고 촉구했다.
본회의가 열릴 경우 야당 단독으로 계엄 해제 요구가 가능하다. 국회는 4일 오전 12시47분 본회의를 개의, 이후 재석 190인 중 찬성 190인으로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이번 사태는 국민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고 비상계엄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동의하기 매우 어렵다”며 “국회도 비상하게 이 문제에 대해서 대응하고자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