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은 김소희 로봇및기계전자공학과 교수 연구팀이 체내 이식이 가능한 정도로 작은 코일을 사용해 뇌 정밀 자극이 가능한 기술을 개발했다고 4일 밝혔다.
기존 기술보다 부작용을 줄이면서도 안전성과 효과를 크게 개선해 장기간에 걸친 치료가 필요한 뇌신경계 질환 대상의 전자약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뇌를 자극하는 기술은 파킨슨병 치료, 뇌졸중 재활 등의 치료에 사용되고 있다. 기존에 뇌를 자극하는 방법으로는 뇌에 미세한 전류를 흘려보내는 방식이 가장 많이 활용되고 있다. 이런 방식은 전극을 직접 뇌에 삽입해야 하므로 뇌 조직 손상이 우려되고, 장기적으로는 전극 주변에 염증이 생겨 자극 효과가 떨어지는 문제가 있다.
비접촉식으로 자기장을 이용하는 뇌 자극 방식도 있는데, 대표적인 사례인 경두개자기자극(TMS) 방식은 현재 임상적으로 우울증 치료 등에 사용되고 있다. TMS는 크기가 10~20cm인 커다란 자석을 머리 위에 놓고, 강력한 자기장을 만들어 뇌세포를 자극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 방식은 머리 전체를 자극해 정밀도가 낮고, 두통이나 어지러움 같은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이에 김소희 교수 연구팀은 기존의 한계를 넘어서는 뇌 자극 기술을 제시했다. 연구팀은 새끼손가락 손톱 절반 크기의 초소형 코일을 뇌 표면에 올려둔 상태에서 특정 부위만 자극할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을 개발했다. 특히, 이 방식은 기존의 TMS처럼 큰 장치를 필요로 하지 않고, 열 발생을 일정 수준 이하로 억제해 뇌 조직 손상의 우려도 없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이 코일에서 발생하는 자기장의 크기는 약 500밀리테슬라로, 이는 지구 자기장의 크기인 약 50마이크로테슬라 보다 10배 정도 강하다. 이런 낮은 강도의 자기장은 안전성을 높이면서도 효과적인 자극을 가능하게 한다. 이는 자극의 효과와 정밀도를 모두 입증한 결과로, 기존의 정밀 자극이 불가능했던 자기 자극 방식을 뛰어넘는 성과다.
이번 연구는 향후 다양한 신경계 질환 치료와 신경 재활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뇌 조직으로 침투하지 않고도 뇌의 특정 부위를 정밀하게 자극할 수 있어, 뇌졸중 환자의 재활 치료나 파킨슨병 같은 운동 장애의 증상 완화 등 여러 분야에서 사용될 수 있다. 자가 치료형 전자약으로 발전해 병원을 방문하지 않고도 집에서 간편하게 뇌 자극 치료를 받는 시대를 열 수 있을 것으로 연구팀은 전망했다.
김소희 교수는 “밀리미터 크기의 코일을 사용하여 국소 부위에만 뇌 조직 손상 없이 정밀 뇌 자극이 가능함을 제시한 결과로, TMS 치료 시 병원을 주기적으로 방문하고 매번 코일과 자극 파라미터 설정을 위한 보정 작업이 필요했던 등의 단점을 극복할 수 있을 것” 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김소희 교수가 교신저자로, 미국 보스턴 소재 매사추세츠종합병원 박사후연구원인 이경제 박사가 제1저자로 참여했으며, 2022년~2027년 방위사업청의 재원을 받아 국방과학연구소의 지원으로 수행된 미래도전국방기술 연구개발사업의 결과다.
연구 결과는 임상신경학 분야 최상위 국제학술지인 ‘브레인 스티뮬레이션(Brain Stimulation)’ 지에 표지논문으로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