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엄청 강해졌어요. 제 커리어에서 지금이 가장 강하다는 걸 증명하고 싶은 마음뿐입니다.”
UFC 페더급(66㎏ 이하) 파이터 최두호(33)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넘쳤다. 최두호는 4일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짙은 경상도 사투리에 부드러운 표정으로 순박한 모습이었지만 강렬한 눈빛으로 다음 경기 승리를 자신했다.
최두호는 8일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티모바일아레나에서 열리는 UFC 310에서 메인카드 제1경기를 치른다. 상대는 네이트 랜드웨어(36). 종합격투기(MMA) 전적 15승4패인 최두호보다 많은 경기(185패)를 치른 베테랑이다. 둔탁하지만 공격적인 성향을 가진 파이터다. 도박사들은 최두호 열세를 점치고 있다. 오드포털이 베팅업체 12곳을 종합한 결과 배당률은 랜드웨어가 1.71배 최두호가 2.13배다. 하지만 최두호는 신경 쓰지 않는다.
“제가 어느 정도까지 강해졌고, 얼마나 통할지가 궁금할 뿐이에요. 저 스스로 계속 열심히 했으니 그 무대에 올라 다시 한 번 시험을 해보고 싶은 마음이 제일 큰 거 같아요. 타격전을 신경 쓰고 있으니 분명 이번 대회(UFC 310)에서 가장 화끈한 경기가 될 거에요.”
최두호는 과거 천재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체급 내 강자들이 가득하던 곳에서 최두호는 빛나는 카운터 하나로 수많은 강자를 쓰러트렸다.
“격투기를 처음 할 때 ‘내가 좀 잘하는 건가’하는 생각이 들긴 했어요. 그런 것과 별개로 MMA를 너무 좋아했고, 자주 보고 그랬어요. 그렇다고 재능만 있는 건 아니에요. 노력도 많이 했어요. UFC에 노력 없이 재능만 갖고 오는 사람은 없을테니까요.”
최두호는 2014년 11월 UFC에 데뷔해 1라운드 18초만에 마누엘 푸이그(멕시코)를 잡아냈고 샘 시실리아(미국)과 티아고 타바레스를 각각 1라운드 1분33초, 1라운드 2분42초만에 눕혔다.
“UFC 데뷔했을 때 꿈꾸던 무대에 왔다는 생각에 너무 설렜어요. 경기 입장하는 것도, 옥타곤에 올라서는 것도 모두 설레는 느낌이었던 것 같아요. 경기 중에는 무조건 이겨야 된다는 생각으로 집중해요. 큰 관심이 부담으로 느껴진다면 경기를 잘 못 풀어내는 거 같아요. 부담이 있긴 하지만 이겨내야하는 부분이라서 문제가 되진 않았습니다.”
페더급 챔피언 재능을 가졌다는 평가를 받던 최두호는 2016년 12월 컵 스완슨(미국)을 만나 난타전 끝에 UFC 첫 패배를 당한다. 경기 후 ‘지니까 이런 기분이네요, 두 번 다시 지지 않겠습니다’라고 당돌하게 말했지만 이후 열린 2018년 1월, 2019년 12월 열린 경기에서 연패에 빠지며 체면을 구겼다.
“부족한 게 많았던 것 같아요. 뭔가 빈틈도 많았고요. 체력적으로 그랬고, 근력이나 기본기도 약했던 것 같아요. 완성도가 부족한 상황이었죠. 그땐 몰랐는데, 돌이켜보면 그땐 완성되지 않은 파이터였다는 생각이 드네요. 기술을 배우는 건 금방이지만 몸에 익히기 위해서는 2년, 3년, 4년 연습하는 게 중요하잖아요. 이젠 여러 부분에서 그렇게 된 것 같습니다.”
지난해 2월 카일 넬슨(캐나다)과 복귀전에서 무승부를 기록한 최두호는 7월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UFC on ESPN 60 대회 페더급 빌 알지오(미국)를 상대로 2라운드 왼손 훅을 터트리며 TKO 승리를 거뒀다. 2016년 7월 타바레전 이후 8년만에 승리였다. 최두호는 승리 후 옥타곤 위에서 눈물을 쏟아냈다.
“넬슨도 강한 선수여서 내가 강해졌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컸어요. 경기는 잘했다고 생각했는데 오심이라고 할까, 무승부가 나왔죠. 참 안 풀린다고 생각이 들던 상황에서 알지오를 상대로 원하는 결과를 얻어서 참 와 닿았던 거 같아요.”
무엇보다 긍정적인 점은 최두호가 과거와 달리 알지오를 상대로 다양한 기술을 보여줬다는 점이다. 김대환 UFC 해설위원은 ‘최두호 카운터가 강력하다는 걸 이제 모두가 알고 있기 때문에 상대는 충분히 대비하고 들어왔고, 지난 경기에서는 늘 어려움을 겪었다’면서도 ‘최두호가 자신의 장점을 무기로 사용하는 과정을 만들어 갈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오른손 카운터는 예전보다 지금이 더 좋아졌다고 생각해요. 이제 레프트라거나 카프킥이나 그래플링까지 여러 가지 다양한 무기를 갖게 됐어요. 양성훈 감독님한테 배우면서 발전했고, (정)찬성이 형이랑도 연구했죠. 연습도 많이 했고요. 그러다 보니 이렇게 새로운 무기가 생겼죠.”
커리어에서 가장 강한 상태라는 최두호는 당장 위를 바라보기보다 한발씩 증명해 나가고 싶다고 했다.
“매 경기가 마지막이라는 생각을 해요. 지금 눈앞에 있는 (랜드웨어와) 경기가 저한테는 끝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일단 이 경기를 넘어선 다음에 한발 앞을 내다보려고요. 꼭 싸워보고 싶은 상대도 아직은 없어요. 끝이라는 각오로 정말 열심히 훈련했으니 얼마나 강해졌는지만 보여드리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