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밤 ‘비상계엄’ 쇼크에도 대다수 기업은 4일 정상 근무체제를 이어가며 차분한 기조를 이어갔다. 다만 이면에서는 이날 새벽 계엄 해제까지 뜬눈으로 긴박한 상황을 예의 주시하면서 경영진을 소집해 긴급 대책 회의를 열고 정국 불안에 따른 시나리오별 대응 전략을 짜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인 것으로 나타났다.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은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집중 지원을 약속받은 지 하루 만에 이 같은 사태가 벌어진 데 대해 허망함을 표시했다.
4일 재계에 따르면 기업들은 비상계엄이 경제계에 미칠 파장을 분석하기 위해 긴급회의를 소집했다.
SK그룹은 이날 오전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주재로 일부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등이 참석하는 주요 경영진 회의를 열고 비상계엄 사태 이후 상황을 점검하고 향후 그룹 경영 활동에 미칠 영향 등을 논의했다.
국내 주요 시중은행들도 긴급회의를 열고 비상대응체제에 돌입했다. 이날 5대 금융그룹(KB·신한·하나·우리·NH농협)은 각사 회장 주재로 비상계엄 사태 관련 긴급회의를 열고 관련 리스크를 점검했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은 소비 심리 위축으로 인한 경기 악화를 경계하는 날 선 반응을 쏟아냈다.
이날 자영업자 온라인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서는 이번 사태에 대해 “자영업자 지원이 다 끊기는 것 아니냐”, “이럴 거면 민생토론회는 왜 했냐” 등의 글이 올라오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2일 충남 공주시에서 개최한 임기 후반 첫 민생토론회에서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수수료 인하 등 소상공인 지원대책 발표와 함께 정부의 내수진작 의지를 드러냈는데, 토론회 종료 약 30시간 만에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서울에서 15년째 요식업을 하고 있는 김모(49)씨는 “이번 사건으로 대통령이 민생은 안중에 없는 것이 명확해졌다”며 “지금도 너무 힘든데 계엄령 후폭풍 탓에 경제가 더 어려워질 것 같아 걱정이 크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이번 계엄령으로 경기가 더 악화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상봉 한성대 교수(경제학)는 “국가 신인도 저하에 따른 원화가치 하락, 해외 투자 감소 등으로 고물가와 경기침체의 악순환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교수는 또 “탄핵이든 개헌이든 일이 마무리되기까지 한동안은 사실상 무정부 상태가 지속할 것”이라며 “소상공인이나 기업들은 ‘각자도사(各自圖死)’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