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로!” [김태훈의 의미 또는 재미]

북한의 위협에 맞서 한국 안보를 지키는 유엔군사령부는 일종의 다국적군이다. 현재 사령관은 주한미군 사령관을 겸하는 폴 러캐머라 미 육군 대장이고, 부사령관은 캐나다 출신의 데릭 매콜리 육군 중장이다. 이웃나라인 미국과 캐나다가 나란히 한국 유엔사를 이끌고 있는 셈이다. 두 나라의 사이가 가깝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미국·캐나다는 양국의 영공 방어를 공동으로 할 만큼 군사적으로 밀접한 관계다. 1958년 창설된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NORAD)는 미국과 캐나다가 함께 운영하는데 사령관은 미군 대장, 부사령관은 캐나다군 중장이 맡는 것이 보통이다.

 

단풍잎이 그려진 캐나다 국기(왼쪽)와 미국 국기 성조기가 나란히 나부끼고 있다. SNS 캡처

그런데 역사적으로 미국과 캐나다가 늘 가깝게 지낸 것만은 아니다. 두 나라 다 출발은 영국 식민지였다. 미국은 1776년 독립을 선언하고 영국을 상대로 전쟁을 치른 끝에 독립국이 됐다. 반면 캐나다는 계속 영국 식민지로 남아 있다가 자치령을 거쳐 1917년에야 독자적 외교권을 갖는 등 외형상 독립국의 자격을 갖췄다. 즉, 미국 건국 초창기에 캐나다는 ‘적국’인 영국의 땅이었던 셈이다. 미국에 거주하면서 영국 국왕에게 충성하는 시민들 중에는 미국 독립에 반대하며 아예 캐나다로 이주한 이도 많았다. 독립 전쟁의 앙금이 남아 있던 시절 미국과 캐나다의 경계선 부근에는 늘 군사적 긴장감이 감돌았다.

 

유럽에서 나폴레옹 전쟁이 한창이던 1812년 미국은 영국을 상대로 전쟁을 선포한다. 당시 프랑스 연안 봉쇄에 나선 영국 해군이 유럽으로 향하는 미국 선박들을 툭하면 검문검색하는 등 교역을 방해하자 분노가 폭발한 것이다. 미국은 영국 땅인 캐나다부터 공략했다. 당시 영국은 프랑스와의 싸움에 전력을 다하고 있어서 식민지의 방비는 허술했다. 전쟁 초반 미군은 캐나다 주요 도시를 점령하며 위세를 떨쳤다. 하지만 뒤늦게 영국 본토에서 건너온 병력이 참전하며 양상이 달라졌다. 영국군은 국경을 넘어 수도 워싱턴으로 진격했다. 대통령 등 미국 지도부는 황급히 대피에 나섰고 영국군은 무주공산이 된 워싱턴을 점령한 뒤 백악관, 의회 의사당 등에 불을 질렀다. 이 전쟁은 결국 승패를 가리지 못한 채 1814년 미·영 간 조약 체결로 끝났다. 외국군에 수도를 빼앗기고 백악관이 방화로 소실된 사태는 미국인의 자존심에 커다란 상처를 남겼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4일 그의 SNS에 올린 이미지. 캐나다에 대한 미국의 영토적 야심을 드러낸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SNS 캡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 후 캐나다 상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자 캐나다가 들썩이고 있다. 오죽하면 지난 11월29일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미국 플로리다주(州)에 있는 트럼프의 저택으로 날아가 사실상 ‘읍소’를 했다. “캐나다 경제가 엄청난 타격을 입을 것”이란 트뤼도의 하소연에 트럼프는 “그럼 캐나다가 미국의 51번째 주가 되는 게 어떠냐”고 응수했다. 두 사람의 회동에 배석한 캐나다 정부 관계자는 “농담이었다”고 해명했으나, 일각에선 트럼프가 캐나다에 영토적 야심을 드러낸 것이란 분석을 내놓는다. 미군이 영국령 캐나다로 진격했던 1812년 전쟁의 기억까지 소환되는 모습이다. 트럼프 1기 행정부는 ‘세계에서 가장 큰 섬’ 그린란드 매입을 추진해 그 임자인 덴마크와 극심한 외교적 갈등을 빚은 바 있다. 농담으로 치부하기엔 트럼프의 캐나다 관련 발언이 예사롭지 않게 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