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70세 고용’ 준비…한국은 65세 정년연장 ‘시끌’ [뉴스+]

20년 간 ‘65세 고용’ 정착한 일본, 이젠 “70세 고용”
계약직 재고용 대부분…고령자 근로조건 악화 우려
노·사·정부 관계자 참석 경사노위 대국민 토론회 예정

정부와 여당이 정년연장 논의를 시작하며 재계에선 우려의 목소리를 제기하고 있다. 정년이 연장되면서 임금 부담이 늘어나고, 기업들이 청년 고용을 줄일 수 있다는 해묵은 논쟁이 반복되는 모습이다. 주요 선진국 가운데 한국처럼 호봉제와 민간 부문 근로자의 정년과 관련한 법령을 두고 있는 나라로는 일본이 있다. 정년연장과 관련해 일본이 주목받는 이유다.

 

서울 종로구 광화문네거리에서 시민들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뉴시스

일본에서 법정 정년은 60세다. 그러나 2013년부터 기업에 희망하는 직원에 한해 65세까지 고용해야 하는 의무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계속 고용이 보장되는 법정 정년을 상향하지 않고, 일단 퇴사한 후 임금을 낮춰 계약직으로 재고용하는 방식도 허용한 것이다.

 

이는 기업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였다. 사용자는 말 그대로 정년을 연장할 수 있었지만, 정년을 폐지하거나, 계속고용(재고용)을 할 수도 있었다. 또 고령장애인고용지원기구(JEED)를 통해 노무사와 중소기업진단사를 파견해 중소기업에 고령자 고용확보를 위한 인사노무관리 컨설팅을 제공해주고 있다.

 

곧장 정년을 연장하기보다는 자발적으로 고령자 고용을 확보하라는 취지로 기업에 노력 의무를 부여했고, 노력 의무를 법적 의무로 전환하는 데는 6년이라는 기간을 뒀다. 법적 의무에는 경과규정을 두고 연금 수급개시 연령 인상에 맞춰 3년에 1세씩 정년을 단계적으로 높였다.

 

한국보다 먼저 저출생·고령화를 경험한 일본이 정년을 65세로 늘린 것은 인구구조 변화를 반영해 연금 수급개시 연령을 미루면서 발생하는 소득 공백을 메우기 위해서였다. 20년에 걸쳐 65세 고용을 정착시킨 일본은 이제 '70세 고용'을 바라보고 있다.

 

고령자 고용 수치만 보면 결과는 성공적인 것처럼 보인다. 2022년 기준으로 65세 고용확보 조치를 한 상시근로자 21인 이상 일본 기업은 23만5620곳으로 99.9%를 차지했다. 정년을 폐지한 기업이 3.9%, 정년을 연장한 기업이 25.5%, 계속고용을 도입한 기업이 70.6%를 차지했다. 고용계약을 다시 체결하는 과정에서 임금을 낮출 수 있는 계속고용을 선택한 기업이 아직 다수인 것이다.

 

일본 정부는 정년을 70세로 늘리기 위한 작업에도 이미 착수했다. 2021년부터 70세까지 고용을 확보하도록 기업에 노력 의무를 부여했고, 정년연장·정년폐지·계속고용 외에 ‘프리랜서 계약’ ‘사회공헌사업 종사’라는 선택지를 신설했다. 2022년까지 70세 고용확보 조치를 도입한 기업은 6만5782곳으로 27.9%였다.

 

한계도 있다. 고령자의 고용률이 상승하긴 했지만 계약직 재고용 형태가 주를 이루다 보니 고령자의 근로조건 악화와 함께 근로 의욕을 저하시키는 것이다. 또한 고령 근로자를 프리랜서화 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고령 근로자의 권리 보호와 안정적인 생활환경 조성에는 미흡한 조치라는 비판이 나온다.

 

전진호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지난해 7월 발표한 한 보고서에서 “(일본 사례를) 충분히 고려해 기업의 경영상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일부 조치들이 고령 근로자의 빈곤이나 근로의욕 저하로 이어지지 않도록 세심히 정책을 설계하고 적극적인 지원을 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에서 노인들이 무료급식을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최상수 기자

한편 국민의힘 격차해소특별위원회는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정년연장 쟁점과 과제 정책토론회’를 열고 정년연장 필요성을 논의했다. 이날 토론회서는 고령 근로자와 청년 근로자를 서로 다른 직무에 배치하거나 근무시간을 줄이는 방식 등을 통해 정년연장이 청년 고용 여력을 해치지 않도록 설계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도 12일 대국민 계속고용 방안 마련 토론회를 개최한다고 3일 밝혔다. 경사노위는 고령자의 계속고용 및 정년연장 문제에 대해 노동계와 경영계, 정부 및 공익위원들이 국민의 의견을 듣는 자리라며 취지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