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단순한 본질 [이지영의K컬처여행]

세상에서 가장 믿을 수 있는 대상이라고 모두가 생각하는 존재인 가족을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의심해야 한다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최근 종영한 ‘이토록 친밀한 배신자’는 바로 이런 설정을 다루고 있는데 국내 최고의 프로파일러가 수사 중인 살인사건에 얽힌 딸의 비밀과 마주하고, 처절하게 무너져가며 심연 속의 진실을 좇는 부녀 스릴러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가장 믿음직한 캐릭터들을 연기해 온 배우 한석규가 프로파일러 아버지 장태수 역할을 맡아서 냉철하게 모든 것을 의심하는 캐릭터로 기존에 구축해 놓은 믿음직스러운 이미지에 의문을 던진다. 배우 채원빈이 연기하는 딸 하빈은 어찌 보면 아버지의 냉철함을 판에 박은 듯이 닮았다. 하지만 끝도 없는 의심과 시험 속에 있는 이 둘 사이의 아슬아슬한 관계는 부모 자식 관계는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해 우리에게 묻는 듯하다.

 

양파껍질을 벗기듯 복잡한 사건의 실체가 하나씩 드러나는 이야기의 전개와 아버지와 딸의 복잡한 감정선 때문에 복잡하고 심오한 메시지를 던질 것 같지만, 의외로 이 드라마가 전달하는 메시지는 단순한 것 같다. 어떠한 경우건 간에 부모에게 자식은 믿어줘야 하는 존재, 설사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 괴물처럼 보인다 할지라도 믿어줘야만 하는 존재라는 단순한 이야기가 살벌하고 복잡하게 꼬여 있는 이야기를 통해 전달된다.

 

이 드라마는 어쩌면 부모와 자식 사이라는 가장 기본적인 관계의 본질에 대한 이야기이고, 아무리 복잡하고 어려운 외관을 가진 듯 보이더라도 의외로 본질은 단순한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 건 아닐까. 이런 메시지는 부모 자식 관계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닐 테다. 부녀 스릴러 드라마를 생각하다 보니 세상 이치도 어쩌면 그런 것은 아닐까 싶었다. 그래서 본질은 단순한 것이라는 생각은 엉뚱하게도 정치에 대한 이치도 이와 같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번져갔다.

 

현상적으로는 매우 복잡해 보이는 정치조차 실상 본질은 단순한 것이 아닐까. 요즈음 나라 안팎으로 정국이 어지럽다. 아무리 어지러워 보여도 보통의 우리가 가져야 할 판단 기준은 아주 단순한 것이라는 깨우침이 문득 스친다. 그것이 국민을 위한 것인지, 합법적인 것인지, 권력을 사유화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를 보면 되는 것 아닐까. 부디 정치인들이 민의를 대변하는 자로서 자신들의 본래적인 소임을 깨닫고 국민 대다수가 원하는 바에 따라줬으면 좋겠다. 가족 드라마를 보면서도 정치를 생각하는 이런 세상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이지영 한국외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