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12·3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한 윤석열 대통령의 내란 등 혐의 사건 수사에 본격 착수했다. 심우정 검찰총장은 검찰이 내란 혐의도 수사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리고 “검찰이 직접 수사하라”고 지시했다.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도 관련 고발 사건들이 다수 접수된 가운데, 수사 주체에 대한 교통정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검찰청은 개혁신당과 노동당·녹색당·정의당이 윤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박안수 계엄사령관(육군참모총장)을 내란 및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 등으로 고발한 사건 2건을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부장검사 이찬규)에 배당했다. 심 총장은 이날 오후 6시24분 퇴근길 서울 서초구 대검 청사 앞에서 취재진을 만나 “법령과 절차에 따라 (검찰이 윤 대통령의 내란 혐의 사건을) 수사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검경 합동수사나 특별수사팀 구성 여부에 대해선 “수사가 적절히 이뤄질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며 “수사의 단계에 따라 필요한 조치가 있다면 취하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이에 따라 검찰은 이 사건을 경찰에 이송하지 않고 직접 수사할 방침이다.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내란죄 자체는 검찰의 직접 수사 범위에서 빠졌지만, 검찰은 대검 예규에 따라 수사를 개시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검사의 수사개시에 대한 지침에 따르면 검찰은 직접 수사가 가능한 범죄와 범인·범죄사실·증거 중 하나 이상이 겹쳐 ‘직접 관련성’이 있는 사건에 대한 수사 개시가 가능하다. 윤 대통령이 검찰 직접 수사 범위에 속하는 직권남용죄로도 고발됐기 때문에 해당 혐의로 수사를 개시한 뒤 내란죄를 더해 수사 및 기소할 수 있다는 해석이다. 이런 판단을 근거로 검찰은 이날 김 전 장관을 출국금지 조치하면서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른바 ‘대선개입 여론조작 사건’ 수사 때도 해당 지침을 근거로 직접 수사 범위가 아닌 명예훼손 혐의를 적용해 언론인들을 수사·기소한 바 있다.
경찰 역시 조국혁신당 등이 전날 고발한 관련 사건 2건을 이날 국가수사본부 안보수사과에 정식 배당하고 수사에 착수한 상태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오후 윤 대통령과 김 전 장관을 비롯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박 총장, 조지호 경찰청장 등 8명을 내란 혐의로 국가수사본부에 고발했다. 그러나 비상계엄 선포 직후 경력을 투입해 국회를 봉쇄한 경찰이 해당 사건을 수사할 경우 ‘셀프 수사’라는 논란이 있다. 불법 행위 당사자가 ‘제 식구’를 수사하는 꼴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공수처도 시민단체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으로부터 접수한 고발 사건을 이날 수사4부(부장검사 차정현)에 배당했다. 공수처도 “고위공직자범죄 수사 과정에서 인지한 고위공직자범죄와 직접 관련성이 있는 죄로서 해당 고위공직자가 범한 죄를 수사할 수 있다”는 공수처법을 근거로 윤 대통령에 대한 수사 가능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민주당이 이날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사태에 대한 상설특검을 추진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특검에서 해당 수사를 맡게 될 가능성도 거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