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보해준다더니 5년치 요금받고 잠적…환불 요구하면 보복도"

자영업자 울리는 불법 온라인 광고·마케팅 수법
네이버 신규 등록 자영업자에 접근해 공식대행업체 행세

"저희가 경찰과 검찰에 온라인 광고·마케팅 업체들의 사기 행각을 고발한 것이 수십번입니다. 하지만, 이게 왜 사기 수법인지 잘 이해하지 못하면서 민사로 대응하란 식이에요. 생업에 바쁜 자영업자들이 민사 소송을 일일이 어떻게 챙깁니까. 힘들게 번, 피 같은 돈 수백만 원을 눈물을 머금고 포기해 버리고 만다는 걸 업체들이 노리는 거고요."

지난 3월 햄버거 프랜차이즈 식당을 차린 채모씨는 가게 홍보를 해주겠다며 접근한 온라인 마케팅 업체에 뜯긴 528만원을 9개월이 다 되도록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

채씨의 식당 정보가 개업 직후 프랜차이즈 본사에 의해 네이버 플레이스에 등록되자마자 온라인 마케팅 업체의 전화가 걸려 왔다고 했다.



채씨는 6일 연합뉴스에 "네이버에 정보가 올라가자마자 연락이 오니까 네이버랑 관계가 있는 전문 업체인 줄 알았다. 월 8만8천원이면 블로그 글 작성과 포털 사이트에 광고를 노출해준다는 '스폰서 박스' 서비스를 해준다고 했다. 매장 홍보도 필요하고 하니까 서비스를 이용하겠다고 했는데 264만원씩 두 번에 걸쳐 결제되니 황당했다"라고 털어놨다.

거액이 결제된 것을 보고 깜짝 놀란 채씨가 온라인 마케팅 업체에 전화를 걸었더니 "비용은 5년 치를 선납으로 내야 한다. 홍보 효과가 클 테니 믿고 맡겨보라. 마음에 들지 않으면 3개월 뒤 위약금 없이 환불해 주겠다"는 설명이 돌아왔다.

그러나 채씨 식당에 대한 블로그 글은 계약 이후 한 건도 올라오지 않았고 3개월 뒤 서비스 해지를 요구하자 그제야 블로그 글 19개가 한꺼번에 올라왔다.

홍보 효과가 없다고 판단한 채씨가 환불을 요구하자 온라인 마케팅 업체는 "글 하나당 10만원이어서 190만원이 들었고, 스폰서 박스 비용이 200만원이어서 총액 528만원 중 120만원가량만 돌려줄 수 있다"는 황당무계한 대답을 내놨다.

채씨는 "스폰서 박스를 하는 데 드는 비용이 나중에 알고 보니 한 달에 8천∼9천원에 불과한데 말도 안 되게 부풀린 것"이라며 "돌려준다던 120만원조차 민원이 들어가는 과정에서 계약서 정보를 유출했다는 책임을 씌워 돌려주지 않고 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채씨 등 피해를 본 소상공인들이 모인 '온라인 광고 피해자 모임' 관계자는 "이미 20년 전부터 유행하던 사기 방식이고 온라인 광고·마케팅 업체와 통화 녹음이 있으면 유죄 판결도 나는 사안인데, 막상 피해를 본 자영업자들이 구제받는 것은 녹록치 않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불법 온라인 광고·마케팅 업체들이 개발자를 고용하는데, 자영업자들이 개업하고 네이버 지도에 매장 등록을 하면 바로 정보를 빼내기 위해서다. 그리고 네이버와 관계가 깊은 공식 광고 대행업체인 척 행세하며 '파워링크 노출' 등을 미끼로 사기를 친다"고 수법을 설명했다.

불법 온라인 광고·마케팅 업체들은 평판에 민감한 자영업자들의 상황을 악용해 매장 이용 후기·댓글에 악성 글을 남기거나 허위 신고를 하는 등 보복을 자행하기도 한다.

한 학원 운영자의 경우 불법 온라인 광고·마케팅 업체가 차명 계좌를 쓴 것을 발견하고 탈세 신고를 하자 교육청에 과장 광고를 하는 업소로 신고당하는 낭패를 봤다.

문제를 제기하는 소상공인들의 입을 틀어막고 피해자들이 사기업체 정보를 공유할 수 없도록 방해하기도 한다.

불법 온라인 광고·마케팅 피해를 본 사업주들이 모여 정보를 공유하는 한 인터넷 카페는 "사기업체의 이름을 명시하면 해당 업체가 포털 사이트 측에 권리 침해 피해를 봤다고 신고해 게시글이 가려진다"면서 줄임말 등을 쓸 것을 권하기도 했다.

소상공인들 사이에서 불법 온라인 광고·마케팅 업체에 대한 정보가 제대로 공유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다음 희생자를 찾는 업체들이 활개를 치는 탓에 온라인 광고 분쟁 조정위원회 상담·조정 건수는 2021년 7천549건에서 지난해 1만452건으로 증가했다.

정부는 온라인 광고·마케팅사의 부실한 홍보, 환불 거절 등으로 인한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현재 운영 중인 온라인 광고 분쟁 조정위원회의 법적 근거를 내년 말까지 마련하고 표준 약관을 제정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온라인 광고 분쟁 조정위원회 관계자는 "경찰청, 공정거래위원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인터넷광고재단과 태스크포스를 만들어 사기 업체 정보를 공유하고 적극적인 피해 구제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