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탄핵’ 본회의 당겨지나…韓 “조속한 직무 정지 필요”

‘12·3 비상계엄 사태’를 일으킨 윤석열 대통령의 운명이 경각을 다투게 되는 상황이 6일 전개됐다. 전날 ‘탄핵 반대’ 입장을 밝혔던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윤 대통령의 조속한 직무 집행 정지가 필요하다”고 말하면서다. 야권이 추진하는 윤 대통령 탄핵소추에 사실상 동의한다는 뜻을 내비친 셈이다.

 

한 대표는 이날 “(계엄 당시) 윤 대통령이 주요 정치인 등을 반국가세력이라는 이유로 체포를 지시했고, 이를 위해 정보기관을 동원한 사실을 신뢰할 만한 근거를 통해 확인했다”며 “윤 대통령이 직을 계속 수행할 경우 이번 비상계엄 같은 극단적 행동이 재연될 우려가 크고 그로 인해 대한민국과 국민을 큰 위험에 빠트릴 우려가 크다”고 밝혔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오른쪽)와 추경호 원내대표가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긴급최고위원회의에서 비공개 전환을 기다리고 있다. 뉴스1

대통령실은 이날 기자단에 “대통령은 그 누구에게도 국회의원을 체포, 구금하라고 지시한 적이 없다”고 공지했다가 2분 만에 철회했다. 이후 오후 늦게까지 공식 입장을 다시 내지 않았다. 홍장원 국가정보원 1차장이 이날 국회 정보위원들과의 면담에서 한 대표의 말이 사실임을 뒷받침하는 발언을 쏟아내자 입장을 뒤바꾼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이 하야를 선언하지 않는 한 직을 즉각 정지시킬 방법은 국회의 탄핵소추뿐이다. 친한(친한동훈)계가 비록 여당 내 소수파이긴 해도 탄핵안 가결에 필요한 숫자를 채우기에는 충분하다. 탄핵 정족수는 재적 3분의 2인 200명으로, 야권이 192석이기 때문에 여당에서 이탈표가 8표만 나와도 탄핵안이 통과될 수 있다.

 

한 대표 언급 이후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이 탄핵 찬성 뜻을 밝혔고, 안철수 의원은 윤 대통령이 하야를 거부하면 탄핵에 동조하겠다고 했다. 조 의원은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국민을 아프게 하고 고통에 빠뜨린 부분에 대해서는, 빨리 대통령의 직무를 정지시키고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탄핵안 통과 시 윤 대통령 직무는 즉각 정지된다. 헌법재판소가 탄핵안을 인용할 경우 대통령직에서 해임되고 조기대선 정국이 펼쳐진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오른쪽)와 조경태 의원이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대화하고 있다. 뉴스1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한 대표의 입장 변화에 “늦었지만 다행”이라며 “지금이라도 만나자. 중대한 역사적 국면에서 여야 대표가 국민과 국가를 맨 위에 두고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윤 대통령이 계엄 선포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점, 여인형 방첩사령관 등 계엄에 관여한 군인들을 문책하지 않는 점도 문제 삼았다. 윤 대통령은 독대를 요청해 한 대표를 만났으나, 이 자리에서도 뾰족한 수습책을 제시하지 못한 것으로 관측된다. 한 대표는 회동 후 의원총회에서 “과거 최순실(개명 후 최서원) 사안은 측근들 문제였지만 이건 군을 동원해 국민을 향한 계엄 선포, 국회 진입을 한 사안”이라며 “제 의견은 대통령 업무를 정지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 대표의 발언 이후 국회 상황은 하루 종일 긴박하게 돌아갔다. 민주당이 7일로 예정됐던 탄핵안 표결을 앞당기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고, 야당은 한 대표의 진의와 여당 기류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민주당 이 대표는 이날 오후 5시쯤 기자들과 만나 “(본회의 일정은) 안 바뀔 것 같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한 대표와 회동 후 국회를 찾아 직접 입장을 밝힐 수 있다는 소문이 돌자 이를 저지하기 위해 국회 본청 로텐더홀에서 이를 저지하기 위한 집회를 열기도 했다. 민주당 박성준 원내수석부대표는 “내란 수괴 윤 대통령이 어떻게 국회를 오느냐”며 “당장 체포해서 탄핵하는게 유일한 길”이라고 말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 국회 방문' 등 현안 관련 담화문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우원식 국회의장은 국회에서 긴급 담화를 통해 “윤 대통령은 국회를 방문할 계획이 있다면 이를 유보해주기를 요청한다”며 “만에 하나 또 한 번 계엄 선포라는 대통령의 오판이 있다면, 국회의장과 국회의원들은 반드시 국회를 사수하고 국민과 민주주의를 지켜낼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 사무처는 윤 대통령이 헬기를 이용해 국회를 방문할 가능성에 대비해 국회 본청 앞뒤 잔디밭에 버스 등을 배치했다.

 

여당은 의원총회에서 탄핵 찬성파와 반대파로 갈려 격론을 이어가는 등 격랑에 휩싸였다. 김기현, 윤상현 의원 등이 탄핵 반대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힌 가운데 조경태 의원은 “친한(친한동훈)계 의원들도 (찬반이) 조금 나눠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여권 잠룡인 오세훈 서울시장, 홍준표 대구시장은 탄핵 반대 입장을 밝혔다. 오 시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대통령은 무책임한 침묵을 깨고 모든 책임을 지겠다는 의지와 수습책을 밝히기 바란다”면서도 “탄핵만이 능사가 아니다. 국정 안정을 위해 책임총리제로 전환하고 비상관리 내각을 꾸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 시장도 “대통령은 조속히 대국민 사과를 하고, 거국내각을 구성해 책임총리에게 내정 일체를 맡기고 임기 단축 개헌을 선언하기 바란다”며 “또 다시 탄핵당하면 이 당(국민의힘)은 더 이상 존속할 가치도 없고 소멸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