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고했다... 중과부적이었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계엄령 해제 직후 관계자들에게 소집 해제를 지시하며 한 발언이다.
'중과부적(衆寡不敵)'은 '적은 수(衆寡)로는 많은 적(敵)을 대적하지 못한다(不)'는 의미의 사자성어다. 자신과 뜻이 다른 국민은 적으로 간주한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김 전 장관은 기자들의 계엄 관련 질문에도 논란의 발언을 이어갔다.
김 전 장관은 지난 4일 밤 속내를 묻는 기자 질문에 "안일한 불의의 길보다 험난한 정의의 길을…"이라는 문자 메시지로 답했다.
이는 김 전 장관 모교인 육군사관학교에 있는 신조탑에 새겨진 사관생도 신조들 가운데 '우리는 안일한 불의의 길보다 험난한 정의의 길을 택한다'는 세 번째 항의 일부다.
계엄이 '정의의 길'이었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이 답문을 보내기 전 국방부 대변인실을 통해 "비상계엄과 관련한 모든 사태의 책임을 지고 대통령께 사의를 표명했다"며 "모든 책임은 본인에게 있다"고 밝혔다. 또 "국민들께 혼란을 드리고 심려를 끼친 데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사과에 이어 사의를 표명했지만, 속내는 다르다는 것을 의미한다.
내란죄를 스스로 인정하는 듯한 답변도 논란이다.
김 전 장관은 국회에 계엄군을 보낸 게 계엄 해제 표결을 막기 위한 것이었냐는 기자의 질문에 “맞다”며 “최소한의 필요조치”라고 답했다.
형법에서는 내란죄를 구성하는 국헌문란의 정의를 헌법에 의해 설치된 국가 기관의 기능 행사를 강압으로 불가능하게 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김 전 장관의 발언으로 내란죄를 스스로 인정한 셈이 된 것이다.
그는 육사 38기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선포한 비상계엄을 실행에 옮긴 인물들인 '육사 4인방' 중 제일 선배다.
계엄을 직접 대통령에게 건의한 김 장관을 중심으로 계엄사령관 직을 맡았던 박안수(대장) 육군참모총장이 46기, 계엄군 병력이 차출된 육군 특수전사령부의 곽종근(중장) 사령관이 47기, 수도방위사령부의 이진우(중장) 사령관이 48기다.
김 장관은 육사뿐 아니라 충암고 인맥을 뜻하는 '충암파'로도 잘 알려져있다.
그는 충암고 7회 졸업생으로 윤 대통령의 1년 선배다. 계엄이 진행됐더라면 합동수사본부장을 맡았을 여인형(중장) 방첩사령관은 김 장관의 충암고 10년 후배이며 육사 48기다. 비상계엄 선포 약 4시간 반 전 김 전 장관과 통화를 한 사실이 드러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도 충암고 출신이다.
현재 내란죄로 고발된 김 전 장관은 출국금지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