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준만 "윤석열, 내로남불 화신 행세…증오·혐오 열기 만들어"

신간 '한국현대사 산책'서 "2010년대는 관용과 자제 없던 시절"
[연합뉴스 자료사진]

강준만 전북대학교 신문방송학과 명예교수가 윤석열 대통령을 가리켜 "그는 자신이 비난했던 문재인 정권의 내로남불을 능가하는 내로남불의 화신처럼 행세함으로써 오히려 증오와 혐오의 열기를 뜨겁게 만드는 데 기여했다"며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비극이다"고 평가했다.

강 교수는 이달 초 펴낸 '한국 현대사 산책 2010년대편'(인물과사상사·전 5권)에서 "윤석열이 조국을 수사했던 방식 그대로 자신이 외쳤던 '공정과 상식'의 원칙을 집권 후에도 계속 실천했다면, 특히 자기 아내 김건희에 대해 그렇게 했다면 윤석열 정권에 대한 증오와 혐오의 열기는 가라앉기 시작했을 것"이라며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2010년대를 과거 그 어느 때 못지않게 '정치적 최소화'가 아닌 '최대화' 또는 '극대화'가 이뤄진 시기였다고 진단했다.

강 교수는 "2010년대는 증오와 원한이 흘러넘치던 시절이었다"며 "서로 마주 보며 적대감을 발산하면서 오직 자기편만이 옳다고 부르짖던 시절이었으며 우리는 여전히 그런 대결 구도가 지속되는 세상에 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명박 정권과 노무현 정권에 대해선 "2008년 집권한 이명박 정권 사람들과 이전의 노무현 정권 사람들 사이에 흐르던 깊은 증오·혐오의 강은 노무현 서거를 계기로 거대한 바다가 되었으며, 이는 양 진영 지지자들까지 참여한 가운데 원한 관계로 발전한 최악의 적대적 대결 구도를 만들어냈다"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신간은 2010년부터 2019년까지의 역사를 통사 형식으로 쓰였다.

큰 틀에서 통사 형식이긴 하지만 시간축을 충실하게 따르는 연대기적 방식으로만 쓰인 것은 아니다. '역사 산책' 코너를 따로 마련해 아이티 대지진과 '아덴만의 여명' 작전,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 등 세계사적 흐름도 소개한다.

특히 2010년대를 지배할 키워드라 할 '검찰'에는 문재인 진영의 증오와 원한이 서려 있다고 강 교수는 판단했다.

산책의 끝에서 그가 바라본 2010년대는 어떤 시대였을까.

강 교수는 "2010년대에 존재했던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정권 모두에 관용과 자제가 없었다"며 "관용과 자제가 없었던 역사를 극복하기 위한 뜨거운 민심에 의해 세워진 문재인 정권에서조차 관용과 자제가 없었다는 건 특정 정권을 넘어서 우리가 민주주의와 정치에 대해 무언가 크게 오해하고 있을 가능성을 시사해 준다"고 진단했다.

그는 맺음말에서 "공감 그 자체가 문제 될 건 없지만, 문제는 우리 대부분이 자주 '선택적 과잉 공감'을 한다는 데에 있다"며 "우리 편에 대해선 무한대의 공감을 하지만 반대편에 대해선 공감은커녕 최소한의 이해조차 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극단적 진영주의를 비판했다.

그러면서 "증오와 혐오를 발산하기 위한 편파적 공감만큼은 경계하면서 멀리하자"며 "공감의 편파적 과잉은 너무도 위험해 두렵기까지 하다. 증오와 혐오를 위한 공감보다는 증오와 혐오가 없는 '냉정'이 훨씬 더 아름답다"고 제언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