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고 주장하며 국회 국정감사에까지 출석한 걸그룹 뉴진스 멤버 하니는 결국 근로자성을 인정받지 못해 괴롭힘 여부를 따질 수조차 없었다. 만약 하니의 근로자성이 인정됐다면 어떻게 됐을까?
7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직장 내 괴롭힘 민원을 접수한 고용부 지청은 근로자성을 확인한 뒤에는 괴롭힘 유무를 조사하게 돼 있다. 근로기준법은 ‘직장에서의 지위 또는 관계 등의 우위를 이용해 업무상 적정범위를 넘어 다른 근로자에게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키는 행위’를 괴롭힘으로 규정한다. 업무에 관한 지시나 질책을 하는 과정에서 인격에 대한 멸시와 조롱을 포함하는 욕설, 폭언이 포함되는 경우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된다.
그간 판례에서는 지속성과 반복성, 공개성 등이 판단의 기준이 됐다. 발언이나 행위가 일회성일 때보다 지속적이고 반복적일 때, 일대일 면담 때보다 다른 직원들이 있는 자리에서 공개적인 경우일수록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의미다. 일례로 2021년 대전지법은 인턴에게 “미친X이냐”, “미쳤냐 진짜” 등 욕설에 가까운 폭언 한 상급자 A씨의 행위가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하급자인 피해자들의 업무의 오류에 관해 지적하거나 업무수행을 독려하기 위한 발언으로 ‘일회적’이라는 판단으로 직장 내 괴롭힘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고용부 지청 조사에서 괴롭힘이 있었다고 판단되면, 사업장에 시정 조치 등을 내릴 수 있다. 만약 사측이 피해자 보호, 가해자 징계 등 시정 조치를 하지 않으면 최대 5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문제는 보복이다. 신고가 이뤄져 시정돼도 인사 보복을 하는 등 불합리한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올해 1~8월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에 들어온 이메일 상담 1192건 중 직장 내 괴롭힘 상담은 824건(69%)으로 나타났다. 회사에 괴롭힘을 신고한 것은 308건인데 이중 신고를 이유로 불이익 조치를 경험했다는 상담은 20%가 넘는 68건이었다. 직장갑질119가 올해 2분기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에서도 직장 내 괴롭힘 경험자(305명)의 57.7%는 ‘참거나 모르는 척했다’고 했고, 19.3%는 ‘회사를 그만뒀다’고 답했다. 실제 신고를 한 응답자의 40%는 ‘신고 후 불리한 처우를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근로기준법 제76조의3 제6항은 사용자가 직장 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신고한 근로자에게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처우를 한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도 ‘불리한 처우’가 모호하게 해석돼 신고자를 대상으로 한 일종의 2차 가해가 계속된다는 지적이다.
직장 내 괴롭힘과 관련해 고용부에 신고되는 건수는 2019년 7월 법 시행 뒤 매해 늘어나는 추세다. 고용부에 따르면 지난해 접수된 직장 내 괴롭힘 신고 건수는 1만28건으로 지난해(8961건)보다 11.9% 증가했다. 2020년 5823건이던 직장 내 괴롭힘 신고 건수는 2021년 7774건에서 지난해 1만건을 돌파했다. 올해 8월까지 7720건의 신고가 접수돼 지난해 신고 건수를 넘어설 전망이다.
직장갑질 119 측은 “신고 후 불이익에 대한 기소 사례가 적고, 간혹 기소되더라도 그 처벌 수위가 낮다”고 설명했다. 이어 “근로기준법 제76조의3 제6항의 ‘불리한 처우’ 유형을 최소한 남녀고용평등법 수준으로 구체화하고, 보다 적극적 수사로 법 위반 행위에 엄중히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