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를 우리가 지켜야 합니다.”, “원하는 건 하나, 대통령 퇴진입니다.”
‘12·3 비상계엄 사태’를 일으킨 윤석열 대통령의 책임을 묻기 위한 국회 탄핵소추안 표결을 앞두고 국회 앞에 촛불을 든 시민들이 모였다. 계엄 사태 이후 도심 집회가 이어지고 있는데, 갈수록 세가 붙고 있다. 청년과 가족 단위 시민 참여가 늘면서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과 비슷한 시민 참여 촛불집회로 번지는 모습이다.
6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앞에 주최 측 추산 5만명(경찰 비공식 추산 2만5000명)의 시민들이 모여 국회 앞 도로를 촛불로 뒤덮었다. 집회가 시작되는 오후 6시 전부터 국회 정문 앞에는 ‘윤석열을 체포하라’고 적힌 손팻말을 든 시민들로 가득했다. 한 시민은 “윤 대통령이 탄핵 표결 예정인 오늘하고 내일 계엄을 다시 선포할 수 있다”며 “동틀 때까지 여기 진을 치고 탄핵안 표결까지 국회를 지키겠다”고 말했다.
윤석열정권퇴진운동본부는 애초 종로구 광화문광장 인근에서 집회를 열 예정이었지만 탄핵 표결이 진행된다는 소식에 장소를 변경했다.
주말을 앞둔 ‘불금’에도 청년들은 촛불을 들었다. 앞선 퇴진 집회에선 노동조합과 야권 성향 시민단체가 중심이 돼 진행했다면, 이날 집회에는 가족과 같이 나온 시민들과 청년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
LED 촛불을 들고 집회에 참석한 한국예술종합학교 학생 김모(20)씨와 동기 4명은 “가만히 있으면 안 될 것 같아 처음으로 퇴진 집회에 참석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합리적이지 않은 이유로 계엄을 선포한 걸 보고 친구들 모두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다짐했다”며 “윤석열 대통령 퇴진을 원한다. 학생들도 움직여야 할 때”라고 했다.
영하권의 체감온도도 시민들의 발걸음을 멈추진 못했다. 경기 광주에서 온 직장인 곽민정(29)씨는 “대통령이 계엄령으로 국민을 기만한 게 너무 화난다”며 “한마음인 사람들이 많아서 추워도 괜찮다”고 웃으며 말했다. 아내와 함께 나온 정모(49)씨는 “정도를 한참 넘었다. 2016년 겨울에도 촛불을 들었지만 그땐 비리와 권력남용 등의 문제였는데 지금은 민주주의 자체를 부정하는 반헌법적 행위”라며 “이럴 줄은 상상도 못 했다. (대통령) 본인이 잘못했다고 생각하지도 않는 거 같아 심각함을 느꼈다”고 했다.
최지현(26)씨는 “계엄령 선포보고 몰래카메라인 줄 알았다”며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는 말을 기억해야 한다. 계엄령이 비교적 쉽게 해제됐다고 그 죄가 가벼워지진 않는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표결이 이뤄질 것으로 보이는 7일엔 더 많은 시민이 모일 전망이다. 국회 앞 여의대로에선 ‘정권 퇴진 3차 총궐기 대회’가 열리는데, 주최 측 추산 20만명이 참석할 예정이다. 2016년 10월29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 당시 열렸던 첫 주말 촛불집회 인원(5만명·주최 추산)의 4배에 달한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대학가에선 대학생들의 시국선언이 이어지고 있다. 그동안 개별 재학생들이 시국선언을 해왔다면 지금은 총학생회를 중심으로 학생 참여가 확대되는 모습이다. 4일 서울대·연세대·고려대·서강대·성균관대·한양대·이화여대·경희대·서울시립대·동국대 등이 시국선언문을 발표했고, 전날에는 중앙대·한국외대·건국대·홍익대·숙명여대·서울여대 등이, 이날 한양대·서울교대 등이 시국선언에 나섰다.
앞서 시국선언을 냈던 대학교수들도 재차 시국선언문을 발표하고 윤 대통령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였다. 한양대 교수·연구자 419명은 이날 2차 시국선언문을 통해 “윤 대통령을 즉각 체포하고 수사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