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연말, 직장 동료 또는 친구들과 한 잔씩 기울이다 보면 어느새 테이블 위 늘어서 있는 빈 병을 보기 일쑤다. 그러나 지나친 음주는 심각한 질환까지 불러올 수 있는 만큼 술자리를 최대한 자제하거나 적당량 조절해서 마시는 지혜가 필요하다.
도수가 낮은 술은 건강에 덜 해롭다거나 안주를 먹지 않으면 살이 안 찐다는 이야기가 돌기도 하지만, 이는 잘못된 상식이다. 7일 질병관리청의 안내를 바탕으로 음주에 관한 흔한 오해와 진실을 정리했다.
먼저 젊은 여성들을 중심으로 인기를 끄는 하이볼 이야기다. 하이볼은 위스키나 보드카와 같은 증류주에 탄산음료를 섞어 만든 칵테일로, 달달하고 도수가 비교적 높지 않아 건강에 덜 해로울 것 같은 느낌을 풍긴다.
그러나 알코올은 섭취한 양으로 건강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맥주, 소주, 칵테일 등 종류에 따라 해로움을 따지긴 어렵다. 도수가 낮다고 부담 없이 들이켜다 보면 문제가 된다.
질병청은 "알코올이 묽다고 해도 많이 마시면 섭취하는 알코올 양이 쌓이기 때문에 간에 무리가 갈 수 있다"며 "건강을 생각한다면 알코올의 형태보다는 그 양을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술을 먹을 때 안주를 먹지 않으면 살이 찌지 않는다는 것도 낭설 중 하나다. 알코올은 1g당 약 7칼로리로 단백질이나 탄수화물(1g당 4칼로리)보다 칼로리가 높다.
이에 맥주의 경우 한 캔으로도 약 100칼로리를 낼 수 있고 막걸리는 탄수화물 함량이 높아 칼로리가 더 높을 수 있다. 결국 안주 없이 술만 마셔도 높은 칼로리를 섭취하는 것이므로 체중 관리 시엔 술을 마시지 않는 게 좋다.
또 안주 없이 술을 마시면 간에 큰 부담이 갈 수 있기 때문에 단백질이나 지방이 포함된 안주를 함께 먹어 알코올 흡수를 늦추는 게 좋다.
종종 술을 마시면 잠이 잘 온다고 느껴질 때가 있지만 실제로는 숙면을 방해할 수 있다. 술은 처음엔 진정 효과가 있어 쉽게 잠에 들지만 알코올 분해 과정에서 각성 상태가 되면서 수면의 질이 떨어지게 된다.
질병청은 "특히 술은 깊은 수면 단계인 렘(REM) 수면을 방해하므로 자주 깨거나 얕은 수면에 머물러 피로가 풀리지 않을 수 있다"며 "건강한 수면을 위해선 잠자기 전 음주를 피하는 게 좋다"고 했다.
과음 뒤 두통이나 메스꺼움 등 숙취로 고생할 때 '해장술'이 도움 된다는 속설도 사실과 다르다.
숙취는 알코올이 분해되면서 생긴 독성 물질이 몸에 쌓여 일으키는 현상이다. 해장술을 마시면 알코올의 진정 효과로 숙취 증상이 일시적으로 가라앉는 듯 느껴질 수 있지만, 이는 일시적인 착각일 뿐 실제로는 간에 더 큰 부담을 주고 회복을 지연시킬 수 있다. 숙취 해소를 위해선 물을 충분히 마셔 체내에 쌓인 독성 물질을 배출하고 충분히 쉬는 게 훨씬 효과적이다.
연말 음주의 경우 한랭질환에 걸릴 위험도 높인다. 술을 마시면 신체에 열이 올랐다가 체온이 급격히 떨어지는데, 이때 추위를 인지하지 못해 저체온증이나 동상에 걸리는 등 위험에 처할 수 있다.
실제 지난 절기 한랭질환 응급실감시체계 결과 전체 한랭질환자의 21.3%(85명)는 음주 상태로 응급실에 내원했다.
불가피하게 음주를 할 경우 술을 한 번에 털어 넣는 '원샷'은 지양해야 한다. 혈중 알코올 농도를 급격히 상승시켜 인체 유해성이 커진다.
질병청은 "술을 마실 땐 조금씩 나눠 천천히 마시고 중간에 물을 자주 마시도록 해야 한다. 빈 속엔 마시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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