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이 러시아의 침략에 맞서는 싸우는 우크라이나에 고성능 장거리 미사일을 제공해야 하는지 여부가 2개월 앞으로 다가온 연방의회 하원의원 총선거에서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독일은 원래 2025년 9월 총선을 실시할 예정이었으나 갑작스러운 연립정부 붕괴로 7개월가량 앞당겨 오는 2월 조기 총선을 실시할 예정이다.
6일(현지시간) dpa 통신에 따르면 야당인 자유민주당(FDP)의 하원 원내 대표인 크리스티안 뒤르 의원은 이날 의회 토론에서 우크라이나에 타우러스 공대지 미사일을 제공하지 않는 올라프 숄츠 총리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FDP는 얼마 전까지 숄츠가 대표로 있는 사회민주당(SPD) 그리고 녹색당과 3당 연정을 구성했다. 하지만 최근 숄츠의 정책에 이의를 제기하며 연립내각의 FDP 소속 각료 전원을 철수시켰다. 이로써 2021년 12월 출범한 SPD·녹색당·FDP 3당 연정은 붕괴했다.
뒤르는 독일이 우크라이나의 강력한 요구에도 타우러스 미사일을 제공하지 않는 것은 “자칫 유럽의 핵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러시아의 위협, 그리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협박에 사실상 굴복하는 행위”라고 꼬집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023년 5월부터 끈질기게 타우러스 미사일을 요구해왔으나 숄츠 정부는 부정적 답변으로 일관하는 중이다.
앞서 뒤르가 속한 FDP는 독일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타우러스 미사일을 제공하는 방안을 당론으로 하원에 발의했다. 뒤르는 “숄츠 총리는 우유부단과 꾸물거림을 신중함으로 착각하고 있다”며 “그간 우크라이나가 요구한 무기 제공을 연기했다가 결국 백지화한 사례가 다수”라고 지적했다.
타우러스는 독일 방산업체가 만든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이다. 500㎞ 이상의 긴 사거리와 높은 정확도를 자랑한다. 군사 전문가들은 러시아군 지하 벙커도 파괴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 그 때문에 러시아는 독일이 혹시 우크라이나의 요청을 받아들여 타우러스 미사일을 건네지 않을까 예의주시하는 중이다. 푸틴은 지난 6월 기자회견에서 “만약 러시아 영토에 있는 그 어떤 목표물을 공격할 수 있는 미사일이 독일에 의해 우크라이나 측에 인도된다면 이는 러시아·독일 양국 관계를 완전히 파멸시킬 것”이라고 위협했다.
FDP는 물론 SPD 주도의 연정에 참여 중인 녹색당 일각에도 ‘이제는 타우러스 미사일을 우크라이나에 넘길 때가 되었다’고 여기는 의원들이 있다. 보수 성향의 제1야당인 기독민주당(CDU)/기독사회당(CSU) 연합도 타우러스 미사일의 우크라이나 인도에 긍정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숄츠가 타우러스 미사일 제공을 꺼리는 것은 독일·러시아 관계가 완전히 파탄이 나는 것을 우려하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 여론도 타우러스 미사일 인도에 부정적이다. 올해 초 독일 유권자 1200여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59%이 반대 의견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