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 사태 닷새 만인 7일 내놓은 대국민 담화의 핵심은 향후 수습을 국민의힘, 정확히는 한동훈 대표와 지도부에 일임하겠다는 의미로 분석된다. 국회의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을 몇 시간 앞둔 시점에서 국민 앞에 진정성 있게 사과하는 모습을 보이는 동시에 여권을 결집 시켜 이탈표를 최소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생중계된 대국민 담화에서 “이번 계엄 선포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많이 놀라셨을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비상계엄 선포는 국정 최종 책임자인 대통령으로서의 절박함에서 비롯됐다”며 하지만 “그 과정에서 국민들께 불안과 불편을 끼쳐 드렸다”고 말했다. 또 “이번 계엄 선포와 관련해 법적, 정치적 책임 문제를 회피하지 않겠다”고 했다.
아울러 “저의 임기 문제를 포함해 앞으로의 정국 안정 방안은 우리 당에 일임하겠다”며 “향후 국정 운영은 우리 당과 정부가 함께 책임지고 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담화문 내용은 계엄선포의 배경을 피력하는 등 해명에 비중을 할애하는 대신, 사과와 책임에 초점이 맞춰졌다.
윤 대통령은 탄핵소추안 표결 전 대국민 사과를 포함한 입장을 밝혀 달라는 여당 측의 요구를 수용해 이날 담화 발표에 나선 걸로 알려졌다.
전날 한동훈 대표가 윤 대통령의 요청으로 만난 데 이어 추경호 원내대표와 박정하 당 대표 비서실장 등이 용산 대통령실을 찾아 의원총회 등을 거쳐 형성된 당내 기류를 가감 없이 전달했다. 윤 대통령은 당 지도부들의 의견을 듣고 “의원들이 뜻이 무엇인지 잘 경청하고 잘 고민하겠다”고 답한 걸로 전해졌다.
이번 담화를 통해 윤 대통령은 자신의 2선 후퇴 의사를 밝힌 것과 동시에, 오후 5시에 이뤄질 탄핵소추안 표결에 부결 당론을 관철해줄 것을 당부한 것으로 해석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에도 국회의 탄핵안 표결을 몇일 앞둔 시점에서 3차 대국민 담화를 통해 국회 결정에 따라 퇴진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은 “대통령 임기단축을 포함한 진퇴문제를 국회의 결정에 맡기겠다”며 “여야 정치권이 논의하여 국정의 혼란과 공백을 최로화하고 안정되게 정권을 이양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주시면 그 일정과 법 절차에 따라 대통령직에서 물러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