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표결 직전 국회 본회의장을 떠났다. ‘김건희 여사 특검법‘ 표결 직후였다. 여당에선 안철수 의원만이 남았고, 이내 김예지 의원이 돌아왔다. 이들은 당론을 거슬러 ‘탄핵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알려졌다. 조금 후 김상욱 의원이 돌아와 ‘탄핵 반대표’를 던졌다.
8일 0시48분까지 가능한 탄핵안 표결을 두고 “기다리겠다”는 야당과 “표결 안 한다”며 버티는 여당 사이 줄다리기가 이어지다 7일 오후 9시30분쯤 탄핵안은 의결정족수(200명) 미달로 자동 폐기됐다.
이날 본회의에선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과 ‘김건희 여사 특검법’ 두 가지 안건이 상정됐다. 국민의힘이 먼저 상정된 김 여사 특검법 재표결엔 참여하고 탄핵안 표결에 불참한 이유는 두 안건의 표결 성립 요건이 다르기 때문이다.
우선 특검법 재의결은 재적 의원의 과반(150명) 출석에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만으로 가결이 가능하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의원 192명 중 150명이 출석해 100명만 찬성해도 특검법이 통과되는 것이다. 이를 막으려면 여당 의원들이 표결에 반드시 참석해야 했다.
이에 이날 김 여사 특검법 재표결은 여야 의원이 전원 참석해 진행됐다. 결과는 찬성 198표, 반대 102표로 부결. 이로써 윤 대통령의 거부권(재의요구권) 행사로 세 번째 국회로 돌아온 김 여사 특검법은 2표 차이로 폐기 운명을 맞았다. 여당에선 최소 6표의 이탈표가 나온 것으로 분석된다.
이후 국민의힘은 ‘탄핵안 표결 불참’ 당론에 따라 본회의장을 떠났다. 특검법 재의결과 달리, 탄핵안 표결이 성사되기 위해 필요한 의결정족수는 200명이다. 여당 의원 전원이 불참할 경우, 야당 의원만으론 표결 성립이 어려운 것이다. 이를 노린 여당이 ‘단체 불참’을 결정하고 당내 이탈표 발생을 원천 차단한 것으로 보인다.
야당은 즉각 질타했다. 탄핵안 제안설명에 나선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여당 의원 이름을 한 명 한 명 호명하며 “돌아와 달라”며 호소했다. 박성준 원내수석부대표 등 민주당 원내대표단은 여당 의원총회장을 찾아 “추경호 원내대표 등 지도부가 의원들의 투표를 막고 있다”며 항의하기도 했다.
우원식 의장은 탄핵안 투표종료 선언을 ‘보류’하고 설득 작업에 나섰다. 우 의장은 “엄동설한에도 숫자를 파악할 수 없을 만큼 많은 국민들이 와서 투표 결과를 기다리고 있고, 세계가 이 투표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며 “꼭 들어와 투표해달라”고 호소했다. 이어 “중대한 사안을 표결도 하지 않고 자리를 비우는 것은 국회의원 본연의 임무를 방기한 것”이라며 “가(찬성)든 부(반대)든 표결에 참여해달라”며 촉구했다.
국민의힘은 3명의 의원을 제외하곤 이날 끝내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다. 신동욱 원내대변인은 탄핵안이 폐기된 후 “12월3일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의해 큰 충격과 불안을 겪으신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운을 뗐다. 이어 “8년 전 헌정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이 남긴 건 대한민국의 극심한 분열과 혼란이었다. 또다시 대통령 탄핵으로 헌정 중단 불행을 되풀이할 수 없다”며 표결 불참 사유를 밝혔다. ‘투표 금지령’에 대해선 “의원들 개개인 의사에 따라 투표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우 의장은 “중대한 국가 사안에 대해 투표조차 이뤄지지 않은 것에 매우 유감”이라며 “민주주의의 내용도 주요하지만, 절차도 몹시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국회를 대표해 국민께 죄송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