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소설부터 최근의 소설까지, 어쩌면 내 모든 질문들의 가장 깊은 겹은 언제나 사랑을 향하고 있었던 것 아닐까?"
소설가 한강이 7일(현지시간) 스웨덴 한림원에서 진행한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자 강연'에서 자신이 여덟 살 때 썼던 시의 내용을 공개하며 한국어로 그의 작품 세계를 회고했다.
그는 '빛과 실'이란 제목의 강연에서 "지난해 1월 이사를 위해 창고를 정리하다가 낡은 구두 상자 하나가 나왔다"고 운을 뗐다.
이어 "첫 소설부터 최근의 소설까지, 어쩌면 내 모든 질문들의 가장 깊은 겹은 언제나 사랑을 향하고 있었던 것 아닐까? 그것이 내 삶의 가장 오래고 근원적인 배음(背音)이었던 것은 아닐까?"라고 말했다.
한강은 이날 전반적인 작품세계를 돌아보며 개별 작품에 대한 개인적인 소회와 감정도 털어놨다. 아울러 집필 중인 작품과 앞으로의 계획도 설명했다.
그는 '소년이 온다'에 대해 "인간이 잔혹성과 존엄함이 극한의 형태로 동시에 존재했던 시공간을 광주라고 부를 때 광주는 더 이상 한 도시를 가리키는 고유명사가 아니라 보통명사가 된다는 것을 나는 이 책을 쓰는 동안 알게 됐다"고 말했다.
차기작에 대해선 "'작별하지 않는다'를 출간한 뒤 3년이 흐른 지금, 아직 나는 다음의 소설을 완성하지 못하고 있다"며 "다음에 쓸 다른 소설도 오래 전부터 나를 기다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태어난 지 두 시간 만에 세상을 떠난 언니에게 내 삶을 잠시 빌려주려 했던, 무엇으로도 결코 파괴될 수 없는 우리 안의 어떤 부분을 들여다보고 싶었던 '흰'과 형식적으로 연결되는 소설"이라고 집필 중인 작품을 소개했다.
한강은 또 "완성 시점을 예측하는 것은 언제나처럼 불가능하지만, 어쨌든 나는 느린 속도로나마 계속 쓸 것"이라며 "지금까지 쓴 책들을 뒤로하고 앞으로 더 나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어느 사이 모퉁이를 돌아 더이상 과거의 책들이 보이지 않을 만큼, 삶이 허락하는 한 가장 멀리"라고 덧붙였다.
강연 말미에 한강은 "생생한 감각들을 전류처럼 문장들에 불어넣으려 하고, 그 전류가 읽는 사람들에게 전달되는 것을 느낄 때면 놀라고 감동한다"고 털어놨다.
아울러 "언어가 우리를 잇는 실이라는 것을, 생명의 빛과 전류가 흐르는 그 실에 나의 질문들이 접속하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하는 순간에, 그 실에 연결되어주었고, 연결되어줄 모든 분들에게 마음 깊은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는 말로 마무리했다.
노벨문학상 수상을 기념한 한강의 이날 강연은 온라인에서 큰 관심을 끌었다.
한국 시간으로 8일 새벽 1시부터 약 1시간 10분 동안 진행된 강연은 노벨위원회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됐으며, 900명 이상이 시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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