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가 금지된 카페가 등장했다. 말을 나누지 못하는 카페다. 함께한 상대와 이야기를 주고받는 장소라는 기존의 카페 이미지에 대한 전복이다. 주문은 글씨로 적어서 주인장에게 건네야 한다. ‘차분해요’ ‘아늑해요’ ‘이색적이라 찾았는데 의외로 시간이 금방 지나갔어요.’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하나쯤 있었으면 한 은신처 같다’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 ‘오로지 나만 집중하고 싶어서’ ‘나만의 공간에서 나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등 이용 소감은 긍정 일색이다.
그러고 보니 침묵의 세계를 찾는 게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 30여년 전 우리나라의 3대 사찰인 송광사, 통도사, 해인사에서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공식적으로 시작한 스님의 수행 생활을 흉내 내는 ‘출가 3박4일’과 같은 프로그램이 있었다. 참여하기 위해서는 높은 경쟁률과 절절한 지원 이유서를 적어내야 했다. 참선, 강의, 보행, 발우공양, 취침이 프로그램의 주요 내용이었는데 전체적으로 ‘묵언’(침묵)의 통솔을 받았다. 출가(?)의 마지막 날 전야부터 새벽까지 이어지는 삼천배나 일주문에서 대웅전까지 가는 삼보일배도 말없이 진행되었다. 침묵에 대한 반칙과 실수도 잦았다. 신기한 것은 묵언과 침묵이 커질수록 다른 소리가 크게 들리는 거였다. 생명을 지탱하는 들숨과 날숨의 숨소리, 몸을 뒤척이는 소리, 발가락과 표정을 바꾸는 소리가 선명해졌다. 잘 들려오지 않던, 듣지 못하던 소리였다.
김정기 한양대 명예교수·언론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