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로 겨울철 기온이 예년보다 높아지면서 겨울축제가 존폐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특히 꽁꽁 얼어붙은 강 위에서 즐길 수 있는 ‘겨울 낚시’ 축제가 직격탄을 맞았다. 2년 연속 개최 여부가 불투명해진 축제가 있는가 하면 일부는 날이 추워지길 바라며 일정을 연기하고 있다. 각 지방자치단체는 겨울축제가 지역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8일 세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강원 인제군 ‘빙어축제’는 올해에 이어 내년 초에도 개최가 어렵게 됐다. 소양호 수위가 183m 이하로 유지돼야 빙판이 안전한 두께까지 얼고 기반시설을 설치할 수 있는데 현재 수위는 만수위(193.5m)에 근접한 190m에 달하기 때문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올겨울 날씨가 평년보다 따뜻하거나 비슷하다는 기상청 예보가 나온 상태라 군은 축제 개최가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강원 홍천군은 ‘홍천강 꽁꽁축제’가 올해 초와 비슷한 파행을 겪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당시 포근한 날씨로 홍천강에 얼음이 얼지 않으면서 얼음 낚시터는 문을 닫아야 했다. 대신 강 위에 부교를 띄워 낚시를 즐길 수 있게 했지만 최대 입장 인원이 500명에 불과해 방문객 대다수는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국내 대표 겨울축제인 ‘화천 산천어 축제’를 주최하는 강원 화천군도 날씨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다른 지역 축제가 취소될 때도 얼음을 얼리고 관리하는 독자적인 노하우로 축제를 이어갔지만 이상고온이 심화되면 축제 개최를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2020년 축제 당시 축제장인 화천천에 얼음이 얼지 않아 고초를 겪었다.
수온 상승으로 겨울을 대표하는 어종인 도루묵과 양미리가 자취를 감추면서 ‘속초 양미리·도루묵 축제’도 규모가 크게 줄었다. 강원 속초시가 집계한 통계에 따르면 2022년 204t이던 속초지역 도루묵 어획량은 지난해 82t로 반 토막 났다. 올해는 10월까지 4t이 채 잡히지 않았다. 양미리는 2022년 923t에서 지난해 390t으로 급감하더니 올해는 26t에 그쳤다. 물량이 없다 보니 올해 축제에 참여하는 상인이 절반으로 줄었다.
지자체들은 지역경제를 지탱하는 큰 수입원인 겨울축제 유지를 위해 다양한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홍천군은 얼음이 얼지 않을 경우에 대비해 부교 낚시터를 2배 이상 늘리기로 했다. 1월 중순부터 강한 추위가 찾아오는 점을 고려해 축제 일정도 늦추기로 했다. 화천군도 내년 축제 개막일을 당초 계획한 것보다 일주일가량 연기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인제군은 한강홍수통제소에 소양호 수위를 낮춰달라고 요구하는 한편 겨울축제를 대체할 축제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상기후에 따른 지방축제는 강원 지역뿐만이 아니다. 대구에서는 지난 10월 25∼27일 팔공산 단풍 축제가 열렸지만, 당시 단풍이 들지 않아 ‘단풍 없는 단풍 축제’가 됐다. 절기상 서리가 내린다는 ‘상강’이 지났지만 울긋불긋한 단풍색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대 상가단체 관계자는 “이맘때면 팔공산 전체가 물들었는데 올해는 단풍이 20%도 들지 않아 손님도 뚝 끊겼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에 관계없이 지속할 수 있는 콘텐츠를 고민할 때라고 조언한다. 유승각 강원연구원 연구위원은 “겨울축제가 지역경제에 미치는 파급력이 상당한 만큼 지속가능한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