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7일 국회에서 부결됐지만, ‘식물대통령’으로 전락한 탓에 새로운 리더십이 세워지기 전까지는 국가원수 간 ‘정상외교’는 불가능할 전망이다. 헌법 66조 1항에 따르면 대통령은 국가원수이며, 외국에 대하여 국가를 대표한다고 규정됐다. 부결로 윤 대통령이 대통령직은 수행하겠지만, 한계가 분명하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이 내년 1월20일 미 대통령으로 취임한 이후 한·미 정상회담의 시기를 기약할 수 없는 만큼 대미 외교의 공백은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된다.
8일 외교부 등에 따르면 새로운 미 대통령이 취임하면 통상 수개월 내에 첫 한·미 정상회담이 열렸다. 문재인 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2021년 5월21일 백악관에서 첫 정상회담을 했다.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 약 4개월 만이다. 앞서 이명박 전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오바마 대통령 취임 3개월 만인 2009년 4월 런던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계기로 처음 정상회담을 했다.
한·미 동맹은 한국 외교의 핵심이다. 동맹 유지와 북핵·대북 정책은 우리 안보와 밀접하다. 미국 입장에서도 한국은 글로벌 전략의 중요한 파트너 국가 중 하나이기도 하다. 한국 대통령이 취임 이후 가장 먼저 찾는 나라가 미국이기도 하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우리 정부에 한·미 동맹을 위한 한국의 역할 확대와 비용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이 크다. 이미 끝난 한·미 방위비분담 특별협정(SMA)에 대한 재협상 요구를 할 수도 있고, 주한미군 철수 또는 감축 문제를 제기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다. 따라서 미 신행정부의 대외전략 수립 과정에 우리 정부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반영해야 하지만 이와 관련한 고도의 정치적 결단과 이행은 어려운 상황이다.
미 정부 입장에서도 한국과 정상회담을 서둘러 추진하기는 쉽지 않다. 미국 내 부정적인 여론과 한국의 복잡한 정치 상황을 볼 때 서둘러 추진할 필요가 없다는 인식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고민희 이화여대 교수(정치외교학)는 “트럼프 정권에서 동맹을 어떻게 구상하고 있는지, 한국을 끼워줄지 아닐지도 모르는 상황”이라며 “탄핵이든 사임이든 간에 ‘리스크 헤징’을 위해서는 대안이 있어야 하는데 그게 보이지 않는다는 게 문제”라고 했다. 미국 내 비상계엄령을 바라보는 시각이 부정적이라는 점도 걸림돌이 되고 있다. 미 국무부 관계자는 7일(현지시간) 탄핵안 표결 무산에 대한 세계일보 서면 질의에 “우리는 헌법에 따라 한국의 민주적 제도와 절차가 완전하고 제대로 작동할 것을 계속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평화적 시위 권리는 건전한 민주주의의 필수 요소이며 모든 상황에서 존중돼야만 한다“고 말했다. 향후 한국에서 계속될 것으로 보이는 윤 대통령 탄핵 혹은 퇴진 집회와 관련해 평화적 관리를 한국 당국에 당부한 것으로 풀이된다. 동맹국의 국내 정치 문제에 대한 언급을 최소화하는 것이 일반적인 국가 간 관행이지만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정책이 민주주의를 기반으로 동맹국과의 관계를 공고히 하는 것인 만큼 민주주의 존폐와 관련된 이번 사안에는 단호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