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사상 처음으로 대통령 탄핵소추안 통과를 막아 세운 집권여당이 된 국민의힘의 앞날은 어떻게 될까.
국민의힘 의원들의 표결 불참으로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이 폐기된 다음 날인 8일 여당은 착잡해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에 들끓는 여론을 진화할 수 있는 윤 대통령 조기 퇴진 로드맵을 이른 시일 내 내놓지 못하면 심각한 역풍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탄핵안이 폐기되자마자 국민의힘에선 계파 갈등이 재점화하는 분위기다. 친윤(친윤석열)계 추경호 원내대표의 거취 문제가 당장의 뇌관이 되고 있지만, 윤 대통령 조기 퇴진의 구체적 시기와 방법을 두고는 내홍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원내대표 자리 두고 주도권 싸움
◆친윤·중진 “의총에서 중지 모아야”
친한계와 친윤계 갈등은 한 대표가 향후 밝힐 윤 대통령의 조기퇴진 시점과 방법을 두고 더욱 격화될 가능성이 크다. 한 대표가 실질적인 국정 운영 책임자로 비치는 모습에 벌써부터 친윤계가 반발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친윤계를 비롯한 중진 의원들은 의총을 통해 당 총의를 모아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친한계에선 “당 의사결정 기구는 의원총회가 아닌 (당대표가 의장인) 최고위원회의”라는 주장이 나온다.
계파색이 옅은 5선 윤상현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어제 대통령의 담화는 당에 일임한다는 것이므로, 관련된 모든 로드맵은 의원총회에서 중지를 모아 결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친윤 5선 김기현 의원은 전날 탄핵안 폐기 직후 페이스북에서 “당의 책임 있는 구성원으로서 빠른 시일 내에 중지를 모아 국정 공백을 최소화하며, 잃어버린 국민 신뢰를 회복하고 국정 리더십을 바로 세워나가겠다”고 했다.
◆친한계서도 尹 퇴진 시점 이견
윤 대통령 퇴진 시점을 두고는 친한계에서도 의견이 갈리고 있다. 한 친한계 인사는 통화에서 “현재 상황을 보면 (윤 대통령 퇴진을) 내후년 지방선거 때까지 기다려주지 않을 것 같고, 4년 중임제 개헌을 추진할 경우엔 더 혼란스러울 것 같다”며 “탄핵의 경우와 버금가는 속도로 윤 대통령 조기 퇴진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친한계 일각에선 윤 대통령이 최장 6개월 내 하야하는 방안이 적절하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다른 친한계 인사는 “지방선거와 (퇴진) 시기를 맞추면 매번 대선을 지선과 할 수 있고, 이번 기회에 임기를 단축하는 중임제 개헌을 통해 7공화국의 새로운 문을 여는 것도 의미가 있지 않으냐”고 했다. 계파색이 옅은 4선 김태호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질서있는 퇴진의 유일한 방법은 ‘탄핵보다 빠른 조기대선’”이라며 “답은 ‘벚꽃 대선’”이라고 했다. 당내 의견이 가지각색인 만큼 한 대표는 윤 대통령 퇴진 시점을 구체적으로 못 박지 않고 로드맵을 발표하는 방법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