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블랙먼데이 공포’…금융당국, 시장 안정 총력

‘비상계엄’ 사태의 후폭풍이 가시기도 전에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무산으로 인해 경제 불확실성이 증폭되고 있다. 당장 9일 금융시장에서 ‘블랙먼데이’의 공포가 커지고 있다. 경기 둔화 우려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의 대선 승리 등 영향으로 이미 부담을 안고 있던 코스피는 ‘비상계엄 사태’ 논란으로 정치적 리스크까지 떠안게 됐다. 외환·금융 당국은 잇달아 긴급회의를 열고 시장 안정화를 위한 총력전에 돌입했다.

 

지난 6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뉴시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6일 기준 유가증권시장 전체 시가총액은 2046조원으로 비상계엄이 선포된 이후 불과 사흘만에 58조원이 사라졌다. 이 기간 코스닥시장의 시가총액도 344조원에서 330조원으로 14조원 가량 증발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3일 비상계엄령 포고 이후 사흘 동안(4~6일) 코스피는 2.88%, 코스닥은 4.27% 각각 떨어졌다”고 했다.

 

이같은 정치적 불확실성 심화는 외국인투자자들의 국내 증시 이탈을 가속화했다. 외국인투자자는 이 기간 줄곧 투매에 가까운 매도에 나서면서 유가증권시장에서만 1조원 넘게 내다 팔았다.

 

외국인 매도공세는 코스피지수 하락으로 이어졌다. 이 여파로 지난 6일 장중 한때 2,397.73까지 밀리면서 지난 8월5일 블랙먼데이 수준까지 떨어졌다.

 

외환시장도 요동쳤다. 달러 대비 원화값은 비상계엄 선포 직후 1443.50원까지 급락했다. 계엄 사태전 1401.70원이었던 원화값은 1423.00원까지 추락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흐름이 더욱 가속화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위원은 “정치 불확실성 증가와 투자 심리 위축으로 인해 다음 주초에 시장이 단기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투자은행(IB)도 국내 증시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을 쏟아내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정치적 위험으로 인한 내수 침체와 투자 활동 부진으로 한국 증시 하락 위험이 더 커질 것”이라고 했다. 홍콩계 CLSA는 한국 주식의 매도 시기를 앞당겨야 한다는 취지의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다.

 

정부는 시장의 불안감을 진화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8일 관계 부처 합동 성명을 통해 “무엇보다도 대외 신인도가 중요하다. 필요시 상황별 대응 계획에 따라 가용 수단을 총동원해 과감하고 신속한 조치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