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은 우리나라와 수교한 지 올해 73주년을 맞은 유럽의 전통우호국이다. 과거에는 투우와 축구의 나라로만 알려졌으나 최근 들어 우리나라 사람들이 즐겨 찾는 주요한 유럽 관광지다. 관광뿐 아니라 양국의 경제· 문화 교류도 활발해지는 등 주요한 관심국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은진의 ‘에스파냐 이야기’ 연재를 통해 켈트, 로마, 이슬람 등이 융합된 스페인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소개한다.
빌바오는 원래 철강과 조선 등의 산업 도시로 유명했다. 번성했던 제조업이 몰락하자 도시는 황폐해져 갔다. 지금은 빌바오하면 디자인과 예술 도시로 변모했다. 구겐하임 미술관 덕분이다. 1997년 예술가 프랭크 게리가 3만3000개의 초박형 티타늄판을 사용하여 호기심 가득한 곡선을 만들었다. 번쩍이는 금속형 외관이 인상적이다. 20세기 건축의 놀라운 사례 중 하나로 꼽는다. 미술관의 매력은 아방가르드적인 외관과 구시가지의 전통적인 느낌을 결합한 데서 비롯된다.
현대적인 미술관 이외에 꼭 봐야 할 유네스코 세계유산이 있다. 비스카야 다리이다. 비즈카야 다리는 빌바오 서쪽, 이바이자발 강어귀에 있다. 바스크의 건축가인 알베르토 데 팔라시오가 설계하여 1893년에 완공됐다. 길이 160m 높이 45m의 다리는 19세기 철공법과 당시 새로운 기술인 강철 로프를 사용하여 만들었다. 사람과 자동차를 높이 매달린 곤돌라로 운반한 세계 최초의 다리였다. 실제 올라가서 다리를 건너다보면 높은 곳에서 바라보는 푸른 강물 때문에 조금 무섭기도 하다.
아스쿠나 센터도 매력적인 현대 건축물이다. 프랑스 건축가 필립 스탁이 재설계한 이후 빌바오의 상징적인 건물로 자리 잡았다. 43개의 기둥으로 세워진 세 개의 건물 안에는 강당, 전시실, 다목적 공간, 영화관, 스포츠 센터, 레스토랑 등이 있다.
전통적인 건축물도 있다. 14세기에 지어진 빌바오 대성당은 바스크 고딕 예술의 가장 완벽하고 완벽한 건물 중 하나이다. 4개 구역에 3개의 본당이 있다. 아래쪽 본당의 단면은 정사각형이고 주 본당의 단면은 직사각형으로 되어 있다. 메인 본당은 22.5 m 높이를 자랑하는데, 전형적인 고딕 양식의 측면 본당보다 훨씬 높은 편이다. 바스크 지방의 고딕 양식을 잘 말해주는 건물이다.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시작한 빌바오 투어는 빌바오 대성당에서 끝난다. 옛것과 새것이 오묘한 조화를 이루는 매력적인 도시다. 스페인 북부를 여행하는 분들이시라면 꼭 가보기를 추천해 드린다.
이은진 스페인전문가·문화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