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글로벌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가 비상계엄 사태로 인한 탄핵 정국 관련 한국의 경제에 대해 우려하는 보고서를 냈다. 그들은 내년에 한국의 경제 성장률이 1.8%로 낮아질 것 같다고 말했다.
과거에는 대통령이 탄핵되었을 때 경제에 큰 영향을 주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다를 것 같다고 분석했다.
권구훈 골드만삭스 선임이코노미스트는 ‘짧은 계엄령 사태의 여파’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내년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시장 평균보다 낮은 1.8%로 유지하지만 리스크는 점점 더 하방으로 치우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과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등 과거의 정치적 혼란은 성장률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치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고 분석했다.
예전에는 중국 경제가 좋거나 반도체 산업이 활발해서 한국 경제가 잘 나갔지만, 앞으로는 중국 경제가 둔화되고 미국의 무역 정책이 불확실해서 어려울 것이라는 전언이다.
권 이코노미스트는 “앞선 두 사례에서 한국 경제는 2004년 중국 경기 호황과 2016년 반도체 사이클의 강한 상승세에 따른 외부 순풍에 힘입어 성장했다”며 “반대로 2025년 한국은 수출 중심의 경제구조를 지닌 국가들과 함께 중국 경기 둔화와 미국 무역 정책의 불확실성으로 인한 외부 역풍에 직면해 있다”고 짚었다.
다만 권 이코노미스트는 단기적으로는 지금의 정부가 시장과 경제를 안정시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또 국민연금이 해외에 많은 돈을 가지고 있어서, 만약 시장이 불안해지면 그 돈으로 도와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긴급 유동성 지원과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 예고한 추가 정책금리 인하 등 추가적인 통화 부양책이 이미 준비 중에 있다”며 “정치적 안정이 회복되고 잠재적인 과도기적 조치가 명확해지면, 상대적으로 낮은 한국 정부 부채를 고려할 때 향후 재정 완화는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지 않으면서 성장의 버팀목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야당의 추가 탄핵안 발의와 과도기적 내각 구성, 개헌 논의 등을 주목해야 할 주요 상황으로 꼽았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3일, 국가의 안전과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조치로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비상계엄은 국가가 심각한 위기 상황에 처했을 때, 법과 질서를 강화하기 위해 시행되는 특별한 조치이다. 그러나 이번 계엄 선포는 많은 사람들에게 놀라움과 혼란을 안겼다.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불과 6시간 만에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안이 가결됐고, 이에 따라 대통령은 신속하게 계엄을 해제하는 결정을 내렸다. 이러한 상황은 역사적으로도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으며, 비상계엄이 이렇게 짧은 시간 안에 해제된 것은 초유의 사건으로 평가받고 있다.
곧바로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발의됐지만 여당은 탄핵표결에 불참하면서 소추안은 부결됐다.
윤 대통령은 지난 7일 대국민담화를 통해 “저의 임기를 포함해 앞으로의 정국 안정 방안은 우리 당의 일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 한덕수 국무총리는 8일 대국민 담화문을 통해 현재의 정국 상황을 조속히 수습하고 국정 공백이 없게 하겠다는 입장 밝혔다.
이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8일 한덕수 국무총리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공동 국정운영 구상에 “내란 상태를 유지하겠다는 얼굴을 바꾼 2차 내란 행위”라며 “왜 대통령이 즉시 탄핵돼야 하는지 스스로 입증했다”라며 2차 탄핵을 예고했다. 윤 대통령에 대한 2차 탄핵소추안은 12일 본회의 보고를 거쳐 14일 표결이 이뤄질 전망이다.
윤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현재 10%대로 급락했다. 이날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5∼6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천12명을 대상으로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한 결과, 윤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는 17.3%로 나타났다. 이는 일주일 전 조사(25.0%)보다 7.7%포인트(p) 하락한 것이다.
대통령 국정 수행 평가 조사와 정당 지지도 조사는 무선(97%)·유선(3%) 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됐고, 응답률은 4.8%였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