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국과 주변국들의 대리전 양상 속 10년 이상 이어져 온 시리아 내전이 종전을 향해 다가가면서 미국과 튀르키예, 이란, 러시아 등 관련국들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시리아의 바샤르 알아사드 독재 정권 붕괴와 관련해 “오랫동안 고통받던 시리아 국민이 더 나은 미래를 건설할 수 있는 역사적인 기회의 순간”이라고 밝혔다. 다만, 그는 “이것은 리스크와 불확실성의 순간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이런 우려는 시리아 새 정부가 자칫 반미로 흐를 수 있는 가능성이 있기에 나왔다는 분석이다. 미국은 그동안 시리아 반군을 지원해왔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반군 내 쿠르드 세력을 통한 측면지원일 뿐이었고, 상당수 반군 세력은 테러단체로 지정해왔다. 특히, 알카에다 연계 조직이 전신인 반군 핵심 하야트타흐리트알샴(HTS)과 관계가 좋지 않다. 이에 미 정부는 시리아 반군 세력이 우려를 해소할 수 있도록 통치방식을 변경할 준비가 돼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NYT가 익명의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튀르키예는 좀 더 느긋한 상황이다. HTS를 비롯한 친튀르키예 성향 반군조직들의 승리로 내전이 사실상 마무리되며 인접국 시리아를 통해 역내 영향력을 확대할 여지가 커졌기 때문이다. 중동의 주도권을 두고 협력·경쟁했던 이란에 대해 우위를 점하게 됐고, 자국에서 수용 중인 수백만명의 시리아 난민을 송환할 계기도 마련했다.
알아사드 정권의 가장 강력한 후원자 역할을 해왔던 러시아 역시 시리아에 새 정부가 들어서면 ‘치명상’을 입을 수 있는 국가로 거론된다. 특히, 러시아 해군기지가 위치한 지중해 지역의 타르투스에 대한 영향력을 잃을 가능성이 커진 것이 뼈아프다. 이곳은 러시아군이 지중해로 진출할 수 있는 유일한 항구로 전통적으로 미국 영향력이 큰 중동 지역에서 러시아의 중요한 교두보로 꼽힌다. 일단 러시아는 자국으로 도피한 알아사드 대통령 일가의 망명을 허가하며 상황을 지켜보는 중이다.
한편, 시리아와 골란고원을 놓고 영유권 분쟁 중인 이스라엘도 알아사드 정권 붕괴 이후 발걸음이 빨라졌다. 이날 이스라엘 매체 와이넷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이 골란고원 내 시리아 기지의 일부를 점령하고, 탱크 등도 전진배치했다. 시리아 내전 종료를 계기로 그동안 이스라엘이 점유하고 있던 골란고원 지역에 대한 반환 요구가 커지는 것을 사전 차단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