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당선 뒤 첫 언론 인터뷰에서 유럽에 대해 방위비와 무역 불균형 문제를 지적하면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탈퇴 가능성을 시사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8일(현지시간) 방영된 NBC 인터뷰에서 “나토는 우리를 이용하고 있다. 무역에서 유럽 국가들은 우리를 끔찍하게 이용하고 있다. 그들은 우리 자동차와 식료품 등 아무것도 가져가지 않는다”며 “그것에 더해 우리가 그들을 방어하고 있다. 그것은 이중고(double whammy)”라고 지적했다.
그는 집권 1기 때 나토에 강경한 입장을 보인 덕분에 유럽이 수천억 달러를 내도록 했다면서 “만약 그들이 청구서를 지불하고, 그들이 우리를 공정하게 대우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나는 당연히 나토에 남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렇지 않으면 탈퇴 가능성도 고려하나”라는 질문에는 “물론”이라고 답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서도 “러시아와의 전쟁은 우리보다 유럽에 더 중요하다”며 “(유럽과) 미국 사이에는 대양(대서양)이라고 부르는 작은 것이 있다”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미국보다는 유럽에 더 위협이라는 점을 짚은 것이다. 나토 회원국들은 2014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방비 지출을 2% 이상으로 늘리기로 합의했지만 현재 이 목표를 달성한 회원국은 미국과 폴란드 등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트럼프 당선인은 선거운동 기간 나토 회원국들이 GDP 대비 국방비 지출을 3%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이날 트럼프 당선인의 언급은 나토 탈퇴라는 강력한 카드를 꺼내들어 유럽 국가들의 기여를 더 끌어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인터뷰에서 “관세는 아름다운 것”이라고 강조하며 고관세 정책 기조를 확인했다. 그는 2018년 1월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를 발동해 한국의 삼성과 LG 등이 생산한 수입 세탁기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한 조치를 자신의 업적이라고 자랑하기도 했다. 그는 “중국과 한국에서 들어오는 세탁기에 50%의 관세를 부과했다. (그 결과) 수천 개, 수만 개의 일자리를 구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또 인터뷰에서 취임 당일 출생 시민권 제도를 폐기하겠다고 재차 밝혔다. 출생 시민권 제도는 미국에서 태어나는 경우 부모의 국적과 관계없이 자동으로 미국 시민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2026년 8월까지인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임기를 단축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아니다”라고 말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집권 1기 때 자신이 임명한 파월 의장을 해고할 수도 있다고 시사해왔지만 이날 언급으로 연준의 독립성 우려는 어느 정도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기간 공언한 조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수사는 지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자신을 2020년 대선 뒤집기 시도 혐의, 기밀자료 유출 및 불법 보관 혐의 등으로 기소한 잭 스미스 특별검사에 대해서도 수사를 지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다만 “팸 본디(법무장관 지명자)의 결정이 될 것”이라고 말해 여지를 남겼다.
그는 2021년 1월 6일 미 의회 의사당 난입 및 폭력 점거 사태를 일으킨 자신의 지지자들에 대해선 취임 첫날 사면하겠다고 했다. 1·6 사태를 1년 6개월간 조사해 트럼프 당선인에 대한 기소를 권고한 미 하원 특위 위원들에 대해서는 “감옥에 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