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서 라면 먹거나 거리 배회”…‘12‧3 비상계엄’ 당시 부대원들 사실상 작전 거부

“방첩사 부대원 100명, 계엄 당시 거리·편의점 배회하며 항명”

‘12‧3 비상계엄’ 당시 국군 방첩사령부가 부대원 100명을 차출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등 주요 기관에 투입했으나, 이들이 작전을 거부하고 다른 장소에서 대기하거나 지시를 무시하며 시간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비상계엄 직후인 지난 4일 오전 12시 53분쯤 수원 선거연수원 정문에 경찰이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제공

 

더불어민주당 이기헌 의원(국회 정보위원회·경기 고양시 병)에 따르면, 방첩사는 지난 3일 밤 부대원 100명을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중앙선관위 선거연수원 ▲방송인 김어준 씨가 운영하는 ‘여론조사 꽃’ 등 네 곳에 각각 25명씩 배치했다.

 

그러나 이 의원이 공개한 제보에 따르면 이들 부대원은 지시를 받은 현장에 들어가지 않고 인근 편의점에서 라면을 먹거나 거리를 배회했다. 다른 장소에서 대기하며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될 때까지 시간을 끌었다.

 

특히 ‘여론조사 꽃’으로 이동하라는 명령을 받은 팀은 잠수대교 인근에서 머물며 지시를 회피하다가,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된 후 부대로 복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방송인 김어준 씨가 지목했던 체포조는 다른 부대에서 파견된 군인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한편 이 의원은 이날 오전 별도 발표에서 “방첩사 수사단장 김대우 준장이 계엄 발령 전날 수사단 100명을 소집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진입 명령을 전달하는 과정에서 A 소령이 이의 제기를 하자, 김 준장이 A 소령을 폭행한 뒤 강제로 버스에 태워 선관위로 출동시켰다”는 제보 내용을 추가로 공개했다.

 

이 의원은 “방첩사가 ‘12‧3 윤석열 내란 사태’를 주도한 핵심 세력으로 확인되고 있다”면서도 “여인형 방첩사령관 등 지휘부의 지시에 반발하며 저항한 영관급 이하 간부들과 부대원들의 용기도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