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님이 결제했어요”… 광주 집회서 잇따른 선결제

“민주주의님이 결제했어요.”

 

‘윤석열 정권 퇴진 광주비상행동’이 7일 주최한 광주시민 총궐기대회에 참가한 김모(36)씨는 김밥 가게 앞에서 깜짝 놀랐다. 집회 중에 잠깐 나와 저녁을 때우러 인근 김밥 집을 찾았는데, 공짜로 먹어도 된다는 것이다. 김밥 가게 주인은 “누군지는 모르지만 집회 참가자들에게 그냥 주라며 김밥 100인분을 선결제하고 갔다”고 했다. 김씨는 친구 3명과 함께 무료로 김밥을 먹었다.

 

사진=뉴시스

김씨뿐만 아니다. 이날 전남도청 5·18민주광장에서 열린 집회에 나온 참석한 상당수는 인근 식당과 카페에서 공짜로 끼니를 해결했다.

 

비상계엄 선포의 책임을 물어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집회가 광주에서도 연일 개최되고 있다. 집회 장소는 44년 전 신군부의 비상계엄에 저항했던 광주 동구 옛 전남도청 5·18민주광장이다. 당시 시민들은 누군가 싸준 주먹밥과 음료를 먹으면서 계엄군의 총칼에 맞설 수 있었다. 

 

44년 후에도 광주에서는 똑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 추운 날씨에 집회 참가가들을 위해 김밥과 커피, 핫팩 릴레이 선결제가 이어지고 있다. 익명의 선결제는 사회관계망 서비스(SNS)를 통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SNS게시글은 ‘동구 5·18민주광장 인근 카페와 식당 등에서 판매하는 음료와 먹거리를 선결제했으니 집회 참여자들은 편하게 가져가라’는 내용이다.

 

한 누리꾼은 “5·18민주광장 도보 5분 거리 알찬김밥에 지인분과 친구의 도움을 받아 일반김밥 100줄을 선결제 해놨다”며 “인당 최대 3줄까지 가능하고, ‘민주주의’ 이름을 대거나 집회 왔다고 하면 된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또다른 누리꾼은 “핫, 아이스 상관없이 주문 가능하도록 벌크커피 충장점에 선결제를 해 놨다”며 “1인당 4잔까지 가능하다. 추운 날 건강 조심하시고 광장에서 만나자” 적었다.

 

선결제가 이뤄진 카페와 식당의 주인들은 주문을 소화하느라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동구 충장로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이모씨는 “지난주 금요일부터 한 두분이 오셔서 50잔, 100잔을 선결제하시고는 집회 참석자들에게 나눠 달라고 했다”며 “지금까지 총 8명이 600잔을 결제했다”고 말했다.

 

선결제가 된 김밥집 사장은 “한 여성분이 찾아와 선결제를 요청했다”며 “집회에 참석하지 못해 미안한 마음이 들어 이렇게나마 마음을 전한다는 이야기를 남겼다”고 전했다.

 

집회 참여자를 위해 먹거리를 직접 만들어 나누는 가게도 있다. 광주 대표 빵집인 궁전제과는 7일 단팥빵 120개를 광주비상행동 측에 전달했다.

 

집회에 참가한 한 시민은 “물심양면으로 함께한 시민들 덕에 한파에도 굴하지 않고 끝까지 함께할 수 있었다”며 “80년 오월의 선배들이 그랬던 것처럼, 서로가 응원하고 이심전심으로 윤 정권이 퇴진할 때까지 나오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