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월째 ‘팔자’ 외국인, 저가 매수로 돌아올까

악재 겹친 국내 증시 앞날은

반도체 실적 불안에 트럼프 리스크 작용
외국인 8∼11월까지 순매도 20조 달해
계엄까지 덮치자 개미도 국장 ‘패닉셀’
6일 이후 2조7742억원이나 팔아치워
외국인들 기관과 함께 개인 매물 ‘줍줍’
일각 “공매도 재개 앞두고 수급개선 기대”

외국인투자자가 본격 이탈하기 시작한 지난 8월 이후 국내 주식시장을 떠받쳤던 이른바 ‘동학 개미’가 최근 등을 돌리고 있다. 비상계엄 정국인 지난 6일 이후 3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이어갔다.

 

이에 반해 월별 기준 8월부터 4개월 연속 우리 주식을 팔아치웠던 외국인은 이틀 연속 순매수했는데, 거침없던 매도세가 진정될지 주목된다.

 

1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외국인은 코스피·코스닥 시장에서 1434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코스피에선 1490억원 순매도했으나 코스닥에서 배가 넘는 2924억원을 순매수했다. 전날 코스피·코스닥에서 모두 순매수하면서 3055억원을 사들인 데 비해 절반 수준에 그쳤지만, 외국인은 이날도 코스피200 선물시장에서 6862억원가량 순매수했다.

 

우지연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수급 개선폭은 내년 3월 공매도 재개를 앞두고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내다봤다.

 

이에 반해 개인은 코스피 4219억원, 코스닥 4135억원 등 모두 8354억원어치 순매도해 탄핵 정국 장기화에 대한 불안감을 떨치지 못했다. 사흘 연속 팔자에 나섰지만, 규모는 1조1873억원에 달했던 전날에 미치지 못했다. 7515억원을 순매도한 지난 6일부터 따지면 2조7742억원에 달한다.

 

강대석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8월 블랙먼데이 사태에도 순매수했던 개인이 당시보다 더 낮은 가격에 손절매성 매도를 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개인의 매물은 자연스레 외국인과 기관이 받아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외국인이 본격적인 순매수로 돌아섰는지 판단하기는 이른 형국이다.

 

외국인은 미국발(發) 경기침체(리세션) 우려인 ‘R의 공포’로 국내 증시에 큰 타격을 미친 지난 8월부터 4개월 연속 우리 상장주식을 팔아치웠다. 8월에는 2조8557억원을 순매도했고 9월에는 2021년 8월 이후 최대인 7조6643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10월과 11월에도 각각 4조6639억원, 4조4887억원을 순매도했다. 4개월간 20조원 가까운 주식을 팔아치운 셈이다.

 

외국인 이탈은 반도체 실적 둔화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국내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가 시장 전망치에 못 미치는 9조1000억원의 3분기 영업이익을 발표하자 미국의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는 지난 9월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10만5000원에서 7만6000원으로 내려 잡은 바 있다. 이어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의 관세 규제 우려까지 겹치면서 삼성전자의 내년 실적 전망은 더욱 낮아졌다. 외국인이 지난 8~11월 가장 많이 팔아치운 상장주식은 삼성전자로 무려 19조1154억원을 순매도했다.

 

지난 8~11월 13조3740억원 순매수하며 증시를 떠받쳤던 동학 개미들이 언제 돌아올지도 불확실한 형편이다. 국내 증시 수익률은 세계 주요 시장과 비교하면 꼴찌 수준으로 이른바 ‘국장(국내 증시) 엑소더스’를 부추겨왔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8월 이후 지난주까지 코스피 수익률은 ?12.4%로 나스닥(+12.8%)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10.3%) 등 미국은 물론이고 중국(+15.8%), 홍콩(+14.8%), 유로스톡(+2.2%), 일본(0%), 싱가포르(+9.8%) 등과 격차가 큰 편이다.

 

실제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서학 개미(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보관액은 지난 5일 기준 1097억3282만달러(약 157조5873억원)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이날 코스피는 전날 대비 2.43% 오른 2417.84, 코스닥은 5.52% 오른 661.59로 각각 장을 마감했다. 전날 두 지수가 연중 최저치를 찍은 여파로 기관·외국인의 저가 매수세가 몰린 결과다.

 

한편 금융당국은 증시 부양을 위해 10조원 규모의 증권시장안정펀드 투입도 고려하고 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날 “현재 상황에서 증안펀드가 투입돼도 (증시의) 큰 방향성 자체를 바꾸긴 어렵다”며 “정치적 불확실성을 없애는 게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