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3조3000억원 규모 2025년도 예산안이 10일 국회 본회의에서 야당 주도로 통과됐다. 이는 정부안(677조4000억원 규모) 대비 4조1000억원 삭감된 ‘감액 예산안’으로, 최근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야당 단독으로 의결된 터였다.
정부·여당이 본회의 직전 감액분 중 정부 예비비 등 총 2조1000억원 복원과 더불어민주당 정책 예산 9000억원 증액을 제안했지만, 야당이 받아들이지 않아 합의가 불발됐다.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정국 혼란이 가중되는 와중에 헌정사 초유의 야당 단독 감액 예산안이 결국 현실화됐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이날 오전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우리 모두 불확실성 해소를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정기국회 마지막날인 오늘 민주당은 예산안 처리를 끝내겠다”고 했다. 이 대표는 비상계엄·탄핵안 표결 불성립 이후 경제 리스크가 급증하는 상황을 거론하며 ‘여·야·정 3자 비상경제점검회의’ 구성도 제안했다.
이날 오전 민주당의 감액 예산안 처리 예고에 정부·여당이 다급히 중재안을 내밀었지만 결과적으로 막아세우진 못했다. 협상에 참여한 국민의힘 김상훈 정책위의장은 협상 결렬 이후 기자들을 만나 “(민주당의) 지역화폐에 대한 요구가 너무 과다해서 정부도 그 안을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고 전했다. 민주당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감액된 예산을 복원하려면 그 복원 규모에 맞게 민생 예산도 증액돼야 한단 입장을 견지했다”고 했다.
국회는 본회의에서 예산안과 함께 부수법안 20건을 의결했다. 소득세법 개정안은 5000만원이 넘는 주식·채권·펀드·파생상품 등 금융투자소득에 매기는 금융투자소득세를 폐지하고, 가상자산 소득 과세 시행일을 2025년 1월1일에서 2027년 1월1일로 2년 유예하는 내용이 골자다. 또 기업이 근로자나 그 배우자의 출산 때 자녀가 태어난 이후 2년 이내 최대 두 차례에 걸쳐 지급하는 급여에 전액 과세하지 않도록 하는 기업의 출산지원금 근로소득 비과세 규정도 통과됐다.
자녀세액공제 금액도 확대됐다. 양육비 부담 완화를 위해 8세 이상 자녀 및 손자녀에 대한 연간 세액공제 금액이 자녀 1명당 10만원씩 확대된다.
다만 여야가 이견을 보인 상속세·증여세법 개정안은 재석 281명 중 찬성 98명, 반대 180명, 기권 3명으로 부결됐다. 여당은 물가·자산가격 상승 등에 맞춰 오래된 상속세제를 개편하자고 찬성 투표했지만, 야당은 상속세 최고세율 인하와 가업 상속 공제 확대 등을 ‘초부자 감세’로 규정하고 반대 투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