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이 와중에 ‘원내대표 쟁탈전’… 권성동·김태호 출사표 [비상계엄 후폭풍]

‘친윤 vs 친한’ 대리전 양상

당내 주류 權의원 추대 나서자
韓 “權 적절하지 않다” 못박아
사실상 韓대표 재신임 묻는 격

탄핵 가결땐 韓 사퇴 종용 수순
친윤계 ‘배신자 프레임’ 노림수
정국 수습커녕 ‘밥그릇 싸움’만

‘12·3 비상계엄 사태’의 책임을 져야 할 국민의힘이 정국 수습책을 내놓기는커녕 내부 밥그릇 싸움에 골몰하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차기 원내대표 선거에서 친윤(친윤석열)계와 친한(친한동훈)계는 사활을 건 총력전을 펼칠 전망이다. 친윤계에선 맏형 격인 5선 권성동 의원이 주자로 나섰고, 계파색이 옅은 4선의 영남 중진 김태호 의원은 친한계를 업고 출사표를 냈다.

이번 원내대표 선거는 사실상 한 대표 재신임 투표가 될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친윤계는 한동훈 지도부 붕괴 상황을 가정하고 있고, 한 대표는 권 의원 원내대표 추대가 “적절하지 않다”고 못 박았기 때문이다. 당내에선 “윤 대통령 퇴진 이후 당 헤게모니를 차지하기 위한 싸움이 시작됐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권 의원이 기자들과 만나 “많은 의원 의견을 듣고 오후에 결정하겠다”고 답하는 모습. 남제현 선임기자

10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12일 치러지는 차기 원내대표 선거 후보로 권 의원과 김 의원 총 2명이 등록했다. 이번 원내대표 선거는 친윤계 추경호 전 원내대표가 윤 대통령 탄핵이 거론되는 현 정국의 책임을 지고 사퇴하면서 치러지게 됐다.



당 주류인 친윤계와 중진 의원은 일찌감치 권 의원에게 힘을 실었다. 전날 의원총회에서 권 의원 합의 추대론이 제기된 데 이어 이날도 4선 이상 중진들이 회동을 갖고 권 의원 추대에 뜻을 모았다. 권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다수 의원께서 원내대표 경험이 있는 제가 원내대표가 돼 어려운 당 상황을 조정하고 의원들의 심부름꾼이 되라는 말씀을 주셨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 주류의 진짜 목적은 한 대표 궐위 후 당권 장악에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한 대표가 위헌적 위임 통치 논란으로 코너에 몰리자 친윤계가 집단행동에 나섰다는 것이다. 친윤계 관계자는 통화에서 “한 대표 체제에 대한 불만이 권 의원에게로 결집하는 상황”이라며 “윤 대통령을 방어할 수 있는 상황이 안 되므로 앞으로 이 당의 주인이 누군지, 누가 리모델링을 할지를 두고 싸우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일 내홍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운데)가 10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의원총회에 참석하며 기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한 대표는 중진 의원들이 회의를 통해 ‘원조 친윤(친윤석열)’ 권성동 의원을 차기 원내대표로 추대하기로 의견을 모은 데 대해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남제현 선임기자

친윤계는 오는 14일 윤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될 경우 지도부 퇴진론을 띄우겠다는 분위기다. 한 대표에게 ‘배신자 프레임’을 씌우는 동시에 위임 통치 체제를 선언하며 혼란을 일으킨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다. 앞서 친한계 장동혁 최고위원은 의총에서 “탄핵안이 통과되면 그 즉시 최고위원을 사퇴하겠다”고 밝힌 바 있는데, 이에 더해 친윤계인 김민전·김재원·인요한 최고위원도 사퇴하면 당헌·당규상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즉각 전환해야 한다. 차기 원내대표가 실질적인 당권을 쥐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벌써 국민의힘 강성 지지층들은 장 최고위원과 친한계 진종오 청년최고위원에게 사퇴를 종용하는 문자를 대거 보내고 있다고 한다. 친한계는 이를 “제2의 쿠데타 음모”라고 규정하며 격앙된 분위기다. 한 친한계 인사는 통화에서 “친윤계의 전략은 지도부를 붕괴시킨 후 허수아비 비대위원장을 앉혀놓고 당을 장악하겠다는 것”이라며 “이것이야말로 정권을 찬탈하겠다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한 대표 역시 이날 권 의원 추대론에 대해 “중진회의에서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니고 적절하지 않다”며 직접 반격에 나섰다. 친한계인 6선 조경태 의원은 “이 사태 수습엔 새로운, 다른 인물도 고려해야 하지 않나”라고 반대 입장을 명확히 했고, 재선 배현진 의원은 “우리가 ‘중진의힘’은 아니다”라고 견제구를 날렸다.

당초 친한계에선 4선 김도읍 의원과 3선 김성원 의원을 후보군으로 검토했지만, 둘 다 불출마 입장을 밝히자 김태호 의원을 지원사격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독배가 될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조금 쓸모 있는 역할이 있다면 피하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후보를) 등록했다”고 밝혔다.

당내에선 치열한 표 대결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머릿수 싸움만으로는 친윤, 중진 의원을 업은 권 의원이 더 유리한 것으로 평가되지만, 당 위기 상황에서 강성 친윤을 전면에 내세우는 데 대한 반감이 작지 않은 상황이다. 한 대표가 최근 국정 중심에 서려는 모습을 보인 데 대해 당내 비판론이 일었고, 친한계가 분열상을 보이고 있다는 점도 판세에 영향을 끼칠 것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