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국회 문 부수고 의원들 끄집어내라”… 특전사령관, 尹 지시 공개

“1일 ‘민주당사·국회 등 6곳 확보’ 임무 받아”
“계엄 관련자들 말 맞췄단 느낌”

곽종근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의원들을 끄집어내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공개했다.

 

곽종근(오른쪽 위) 특수전사령관이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의 긴급 현안질의에서 조국 조국혁신당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곽 사령관은 10일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해 “대통령께서 비화폰으로 제게 직접 전화했다”며 “의결 정족수가 아직 다 안 채워진 것 같다, 빨리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안에 있는 인원들을 끄집어내라고 하셨다”고 말했다.

 

그는 “그 지시사항을 듣고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그래서 현장 지휘관들과 ‘공포탄 쏴서 들어가야 하나, 전기 끊어서 못 하게 해야 하나’ 이런 부분을 논의했었고, 현장 지휘관은 ‘안 됩니다, 제한됩니다’라고 제게 분명히 얘기했다. 저도 그 부분이 분명히 맞고 옳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함께 출석한 김현태 707특임단장도 “(사령관에게) 더는 무리수 두는 것은 위험하다고 말했고, 사령관은 '알겠다, 하지 마라'라고 했다”고 밝혔다.

 

곽 사령관은 “설사 지시 사항을 이행하기 위해 들어가더라도 들어간 작전 병력이 나중에 범법자가 되는 문제와 강제로 깨고 들어가면 너무 많은 인원이 다치기에 차마 그건 옳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래서 현 위치에서 더 이상 안으로 진입하지 말라고 중지시켰다. 중지시키고 이동하는 상황을 보기만 하고 더 이상 작전하지 않도록 했다”고 말했다.

 

곽 사령관은 조치 사항을 윤 대통령에게 보고했느냐는 질문에 “보고 안 했고, 철수할 때 전임 (김용현) 장관에게 현 상황을 설명해 드리고 철수한다고 했다”고 밝혔다.

 

곽 사령관은 지난 6일에는 윤 대통령과 한 차례 통화했고, 통화에서 윤 대통령이 병력 위치를 물어 “국회로 이동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날 오전 국방위원회에서 그는 의원들 질의에 윤 대통령과의 두 번째 통화가 있었다고 밝히면서도 내용에 대해선 “말씀드리기 제한된다”고 하다가 오후 국방위에서 내용을 공개했다.

 

곽종근 특수전사령관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열린 계엄 관련 긴급 현안질의에서 위원 질의에 답변하던 도중 고개를 떨구고 있다. 뉴스1

 

그는 두 번째 통화 시간에 대해 “제 기억으로는 (4일) 0시 30분부터 0시 40분 어간 때인 것 같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계엄 해제 요구 결의를 위해 국회 본회의장에 모인 국회의원들을 강제로 끌어내라고 지시했다는 곽 사령관의 증언은 윤 대통령의 내란 혐의를 뒷받침하는 근거로 활용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곽 사령관은 전날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의 소환 조사 때도 이런 발언을 했다고 더불어민주당 박범계 의원은 전했다.

 

곽 사령관은 또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난 3일보다 이른 지난 1일에 계엄에 대한 사전 내용을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1일 지시받은 내용과 관련해 “제가 받은 임무는 국회, 선관위 셋(3곳), 민주당사, 여론조사 ‘꽃’ 등 6개 지역을 확보하라는 것이었다”면서 “임무를 전임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유선 비화폰으로 받았다”고 밝혔다.

 

곽 사령관은 “머릿속으로만 ‘아 정말 되면 이렇게 해야지’라고 구상 정도만 하다가 차마 그 말을 예하 여단장들에게 하지 않았다”며 “말하게 되면 여단장들도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말하지 않고 당일 투입하면서 얘기를 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저는 이게 비상계엄이 아니고 당시 전방에서 어떤 상황이 생겨서 문제가 생기는 가능성이 더 염두가 되는 상황 인식이 더 컸다”고 해명했다.

 

곽 사령관은 ‘드론이나 포로 (북한을) 때리는 것으로 알았냐’는 질의에는 “때리는 것으로 이해했다”며 ‘북풍’ 상황이 조성될 것으로 추측했다는 취지로 말했다.

 

종근 특수전사령관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의 긴급 현안질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뉴시스

 

그러면서 김 전 장관이 지난 1일 국회 등 6곳을 확보하라고 지시할 당시 계엄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자신이 계엄 상황이라고 유추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장관에게 왜 추가로 궁금한 점을 질문하지 않았냐’는 질의에는 “장관께 그 얘기를 들었을 땐 설마 그렇게 하리라고 생각을 안 했다”며 실제 계엄 실행 여부에 대해서는 확신이 없었다고 말했다.

 

곽 사령관은 윤 대통령이 ‘총, 발포, 공포탄, 장갑차’ 등 단어를 썼느냐는 질문에 “제 기억으로는 없다”고 했다. 함께 출석한 이진우 수도방위사령관은 같은 질문에 “기억이 안 난다”고 말했다.

 

박범계 의원은 “곽 사령관은 사전에 알았다는 이 점에 대해 검찰에 진술하지 않았다”며 “이미 비상계엄 관련자들의 말이 맞춰져 있었기 때문에 진술하지 않았다고 한다. 오늘 제게 공익신고를 했다”고 밝혔다.

 

계엄 당시 윤 대통령의 다른 행동도 밝혀졌다. 김용현 전 장관의 비서실장 격인 김철진 국방장관 군사보좌관은 윤 대통령이 '국회법 법령집'을 찾았다고 말했다.

 

김 보좌관은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가결된 직후인 “(4일 오전) 1시 30∼40분 정도”에 합참 통제실에서 “대통령께서 국회법 법령집을 달라고 찾으셨다”며 자신이 전달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이 법령집을 필요로 한 이유는 거론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