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은 더 이상 노잼의 도시가 아니다. ‘성심당’ 때문에 대전을 간다.”
“성수는 더 이상 구두의 도시가 아니다. ‘무신사’ 때문에 성수를 간다.”
출산율 하락과 인구 절벽, 지역 소멸 위기를 극복할 해법으로 ‘로컬라이제이션(localization)’이 주목받고 있다. 이는 특정 지역을 대표하는 유명 기업이나 브랜드가 지역 상권과 밀접히 협력하며 활동 반경을 넓혀가는 전략이다.
이러한 브랜드가 자리 잡으면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인근 상권이 활성화되는 선순환 효과를 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정부도 지역 상권 활성화를 위해 전문가 집단인 ‘로컬크리에이터’를 육성하는 전략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와 맞물려 민간 주도의 지역 상권 살리기가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1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대전을 대표하는 브랜드인 ‘성심당’은 단순히 맛있는 빵집을 넘어 지역 경제의 활력을 불어넣는 상징적인 사례다. 연간 1000만 명 이상의 방문객을 유치하며 대전·충청권 명물로 자리 잡았다.
성심당은 지역사회와의 협력도 활발하다. 최근 성심당의 운영사인 로쏘주식회사는 대전시와 함께 ‘지역 농업의 6차 산업화’를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대전 일대에 축구장 세 배 규모의 7000평 밀밭을 조성할 계획이다. 현재 대전 시내에서 6개의 매장을 운영 중인 성심당은 생산량 확대를 통해 매장을 추가로 늘릴 가능성도 있다.
강릉을 ‘커피의 도시’로 만든 주역인 ‘테라로사’ 역시 주목할 만하다.
2002년 커피 납품 업체로 시작한 테라로사는 맛과 품질로 입소문을 타면서 카페 사업을 확장했다. 강릉에만 4개의 매장을 운영하며 지역의 대표 브랜드로 자리잡은 것은 물론, 서울·경기·제주 등 전국으로 확장했다. 테라로사는 여전히 강릉 관광의 필수 코스로 손꼽히며 지역 경제에 기여하고 있다.
서울 성수동을 패션·뷰티·문화의 ‘핫플레이스’로 만든 ‘무신사’도 대표적인 사례다.
패션 플랫폼으로 시작한 무신사는 2022년 본사를 성수동으로 이전한 후, 지역사회와 긴밀히 협력하며 성수동을 활성화했다.
복합문화공간 ‘대림창고’에 오픈한 무신사 스토어 ‘성수@대림창고’는 매달 10만 명 이상이 방문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관광객의 절반가량이 외국인일 정도로 글로벌 명소로 자리잡았다.
무신사는 영리 활동에만 그치지 않고, 성동구청과 협력해 지역 주민과 취약계층을 위한 사회공헌 활동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아동양육시설을 위한 의류 지원, 장애인을 위한 맞춤형 정형신발 제작 지원 등이 대표적이다.
지역 상권 활성화를 위해서는 민간의 노력뿐 아니라 지자체의 적극적인 지원도 필수적이다.
예를 들어 성동구는 젠트리피케이션을 막고 지역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성수동 일부를 ‘지속가능발전구역’으로 지정했다. 이를 통해 건물주·임차인·지자체 간의 자율 협약을 유도하고 있다.
또한 성수동의 과거 제조업 역사를 상징하는 붉은벽돌 건축물 보존 사업을 지원하며, 최대 2000만 원까지 공사비를 지원하는 등 지역 자산을 보호하는 정책도 시행 중이다.
전문가들은 "지역을 대표하는 브랜드와 기업이 자리잡으면 상권이 활성화되고 지역 전반이 동반 성장하는 선순환 구조가 가능하다"며 기업과 지자체 간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처럼 성공적인 로컬라이제이션 사례를 통해, 각 지역이 가진 고유의 매력을 살리면서도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뤄가는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