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고공행진을 이어가던 가상화폐 시장이 큰 폭의 하락세로 전환했다.
10일(현지시간) 미국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에 따르면, 동부 시간 기준 이날 오후 1시 8분(서부 시간 오전 10시 8분)에 비트코인 1개는 전날보다 3.25% 하락한 9만4895달러(약 1억3628만 원)에 거래됐다.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 8일까지 10만 달러 선을 유지했으나, 이후 이틀 연속 하락하며 9만5000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이는 5일 기록한 역대 최고가 10만3900달러 대비 약 10% 가까운 하락이다.
다른 주요 가상화폐의 낙폭은 더 컸다. 같은 시간 기준 이더리움은 7.60% 하락한 3,554달러, 리플은 19.71% 급락한 1.96달러로 2달러 아래로 내려갔다. 솔라나와 도지코인도 각각 8.90%와 14.98% 하락하며 약세를 보였으며, 주요 알트코인들은 최근 이틀 동안 평균 20% 안팎의 하락세를 기록했다.
가상화폐 시장의 하락세는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 이후의 '트럼프 효과'가 약화되면서 발생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트럼프 당선인은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과 백악관의 '가상화폐·AI 차르' 등 주요 직책에 친(親) 가상화폐 인물을 배치했으나, 이러한 정책적 기대가 실제 성과로 이어지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에 따라 일부 투자자들이 차익 실현을 위해 매도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구글의 초고성능 양자컴퓨터 발표가 가상화폐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다. 코인 전문매체 코인데스크는 "구글의 '윌로우' 양자컴퓨팅 칩 발표와 함께 가상화폐 시장이 큰 하락을 기록했다"고 전했다.
윌로우 칩을 장착한 새로운 양자컴퓨터는 기존의 가장 빠른 슈퍼컴퓨터가 10년 걸려 해결할 문제를 단 5분 만에 처리할 수 있다. 이로 인해 가상화폐의 암호화 기반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다만, 양자컴퓨터가 가상화폐 보안에 실질적 위협을 가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의견도 있다.
가명을 사용하는 분석가이자 기술 전문가인 시네마드 프로듀서는 "윌로우는 105개의 큐비트를 가지고 있는데, 이는 양자 실험에서는 의미 있을지 몰라도 비트코인의 암호화를 깨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비트코인의 보안을 뚫으려면 약 100만 개의 고품질 큐비트가 필요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가상화폐 시장은 트럼프 당선 이후의 정책 기대감과 구글의 양자컴퓨터 발표라는 두 가지 요인으로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양자컴퓨터의 실제 위협은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이며, 가상화폐 시장의 추이는 이러한 기술적, 정책적 변화를 주시하면서 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