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면식도 없는 사람을 살해하고 피해자의 지문을 이용해 6000만 원을 대출받은 김천 강도살인범 양모(31)씨에 대한 신상공개심의위원회가 열린다.
11일 피해자 유족 등에 따르면 대구지검은 이날 오후 2시부터 신상정보공개심의위원회를 연다. 심의위원은 법조계·학계·의료계 등 외부 위원들로 위촉된 것으로 알려졌다. 법에 따라 심의위원회 명단은 비공개 대상이다.
신상정보공개심의위원회는 국민의 알권리 및 범죄예방을 위해 특정 중대범죄 사건의 경우, 수사 단계에서 피의자의 신상정보 공개에 관한 내용을 심의하는 기구다. 올해부터 시행 중인 '특정중대범죄 피의자 등 신상 공개에 관한 법률'은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피의자 얼굴을 공개 결정일 전후 30일 이내의 모습을 공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유족은 심의위 개최에 앞서 이날 오후 1시부터 대구지검 앞에서 1인 시위를 펼칠 예정이다.
양씨는 지난달 12일 경북 김천시의 한 오피스텔에서 30대 남성 B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그는 경제적 어려움에 시달리던 중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드러났다. 양씨는 오피스텔 주변을 배회하며 무작위로 범행 대상을 물색하다 B씨의 집 앞에서 서성이다 범행을 저질렀다. B씨가 "비켜주세요"고 말하자 양씨는 즉흥적으로 범행을 결심한 것으로 조사됐다.
범행 후 양씨는 피해자의 신분증과 현금카드를 챙겨 병원을 찾아 손을 치료받았으며, 이후 편의점, 택시, 숙박업소 등에서 피해자의 카드를 이용해 수백만 원을 결제했다. 그는 더욱 대담한 범행을 저질렀다. 양씨는 피해자의 시신에서 지문을 채취해 B씨 명의로 6000만 원을 대출받았다. 금액을 일부 사용했다.
유족 측은 "그날의 진실을 밝히고, 다른 피해를 막을 수 있도록 꼭 범인의 신상을 공개해달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