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이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검찰 행정관과 지자체 주무관이 힘을 합쳐 지명수배로 교정시설에 갇힐 위기에 놓인 이주배경 임신부를 구했다. 청주지검 충주지청 신세계(36) 행정관과 충북 음성군청 이혜지(31) 주무관이 그 주인공이다.
11일 음성군에 따르면 지난해 7월 충북 음성경찰서 삼성파출소에는 “중고거래 사기를 당했다”는 베트남 출신 국적 취득자 A(40)씨가 들어왔다. 경찰은 사건 조사 과정에서 A씨가 벌금 미납으로 지명수배 중인 사실을 확인하고 현장에서 체포했다.
이 사건은 충주지청으로 넘어왔다. 당직 검사는 A씨가 임신 중이고 4개월 된 영아를 홀로 키우고 있는 점 등을 참작해 임시 석방 조치했다. A씨 사건은 벌금 분납 등의 업무를 담당한 신 행정관에게 넘겨졌다. 신 행정관은 음성군청 이 주무관에게 사실관계 조회를 요청했다. 하지만 A씨는 법적으로 자녀가 없는 것을 확인했다.
두 사람이 A씨의 주거지를 찾은 결과 4개월 정도의 영아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A씨는 출생신고를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한국으로 시집와 한국문화에 아직 익숙하지 않았다”며 “출생신고 절차를 몰라서 신고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이 주무관은 우선 영아의 출생신고를 도왔다. 아동수당 지원 등도 받을 수 있게 지원했다. 이후에도 A씨가 혜택을 누릴 수 있는 복지 행정서비스를 제공했다. 이 주무관은 “개인 사정으로 아이를 홀로 키우는 A씨의 아이 출생신고를 하고 그 아이가 어린이집을 다니며 안전하게 지내고 있어 다행”이라며 “검찰에서 협조 요청해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A씨의 주거지 동행 방문, 복지서비스 제공 등 공무원이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출생 기록은 있지만 출생신고가 되어 있지 않은 ‘미출생신고 영아’는 사회적 문제로 대두하기도 했다. 실제 감사원의 보건복지부 정기 감사에서 2015년부터 2022년까지 8년간 태어난 영∙유아 261만3000여명 중 2236명이 출생신고가 되지 않았다. 감사원은 이중 학령기 아동, 보호자 연락 거부, 2명 이상 출생신고를 하지 않은 23명의 명단을 보건복지부에 전달하고 조사를 벌였다.
출생신고를 하지 않는 이유로는 오직 부모에게만 출생신고를 맡기고 있는 점이 꼽힌다. 또 출생신고를 하지 않아도 처벌 대상이 아니고 과태료는 5만원으로 가볍다는 점도 이유다.
신 행정관은 A씨의 미납 벌금을 나누어 내도록 했다. A씨의 벌금은 1000만원이다. 신 행정관은 “A씨가 벌금으로 교정시설에 수감되면 일일 10만원씩을 줄여간다고 해도 100일 정도 소요된다”며 “이럴 경우 4개월 된 영아는 어찌 됐을까 생각하면 아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장애인 등 각종 사안으로 행정기관에 협조를 요청하면 법이나 원칙적으로 처리하는 소극 행정 사례가 있는데 이 주무관의 적극 행정에 감사하다”며 “검찰도 인권과 주민 친화적인 적극 행정에 나서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