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면식 없는 동갑내기 남성을 살해한 뒤 시신의 지문을 이용해 대출까지 받은 김천 강도살인범 양모(31)씨에 대한 신상정보가 공개된다.
대구지검은 11일 신상정보 공개심의위원회를 개최한 결과 양씨의 신상정보를 공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수사 단계에서 신상정보가 공개되는 첫 사례다. 검찰은 이날 신상정보 공개심의위원회를 열고 범행의 잔인성과 피해의 중대성, 공공의 이익, 피해자 유족이 신상정보 공개를 요청한 점 등을 참작해 공개를 결정했다.
앞서 지난 1월 25일부터 시행 중인 ‘특정중대범죄 피의자 등 신상 공개에 관한 법률’(중대범죄신상공개법)에 따르면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피의자 얼굴 사진과 이름, 나이를 수사기관 홈페이지를 통해 30일간 공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검찰은 정확한 공개 시점은 홈페이지 등록 절차 등을 이유로 추가적인 조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양씨는 지난달 12일 경북 김천시의 한 오피스텔에서 30대 남성 B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양씨는 경제적 어려움에 시달리던 중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오피스텔 주변을 배회하며 무작위로 범행 대상을 물색하다 피해자 B씨의 집 앞에서 서성이다 범행을 저질렀다. B씨가 “비켜주세요”라고 말하자 그는 즉흥적으로 범행을 결심한 것으로 드러났다.
양씨는 B씨의 신분증과 현금 카드를 사용해 범행 도중 다친 상처를 병원에서 치료했고 편의점, 택시, 숙박업소에서도 수백만 원을 결제했다. 이후 그는 B씨의 현금 카드 잔액이 바닥나자 B씨의 시신 지문을 이용해 휴대전화로 6000만원을 대출받았으나 그 금액을 사용하지는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양씨는 범행 일주일 만에 김천의 한 주차장에서 경찰에 붙잡혔다. 피해자 유족 중 한명은 이날 피의자 신상공개를 요구하며 1인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