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은 내란의 수괴다. 현행범 내란 수괴는 영장 없이 즉각 체포 가능하다. 국회의원들의 이름으로 윤석열을 당장 체포할 것을 촉구한다.”(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
“1997년 대법원 판례를 보면 비상계엄은 고도의 정치 행위, 통치행위로 보고 있다. 정치적 판단과 법률적 판단은 다르다.”(국민의힘 윤상현 의원)
여야는 11일 국회 본회의에서 ‘12·3 비상계엄 사태’를 두고 확연한 인식 차를 드러냈다. 국회는 이날 한덕수 국무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들을 상대로 ‘윤석열 대통령의 위헌적 비상계엄 선포 내란 행위 관련 긴급현안질문’을 진행했다.
민주당 등 야당 의원들은 일제히 윤 대통령과 국무위원들을 맹폭했다. 서 의원은 한 총리에게 “누누이 윤석열의 위험을 얘기했지만 총리라는 이름으로 윤석열을 감쌌다”면서 “윤석열의 비상계엄을 막지도 못하고 같이 심의해서 공포하게 한 죄(가 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께 허리를 90도로 굽혀서 사죄하라. 국무위원들도 다 같이 일어나 국민께 백배사죄하라”고 주장했다.
이에 한 총리는 수차례 허리를 숙이며 “필요하다면 그렇게 하겠다”, “국무총리가 대표로 한 것으로 양해해달라”고 했지만 서 의원의 계속된 요구에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등을 비롯한 국무위원들은 ‘기립 사과’했다. 다만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은 자리에서 일어서지 않았다.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은 국무위원들을 가리키며 “이분들 중 내란의 꿈을 꾼 사람이 있나. 한 분도 없다. 여기서 인민재판식으로 이래서 되겠나”라고 민주당을 비판했다.
민주당 이소영 의원은 “윤 대통령 앞에서 계엄 반대 의사를 피력한 사람은 손을 들라”고 했고, 이에 최 경제부총리와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손을 들었다. 조 장관은 계엄 선포 당일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대사의 전화를 받지 않았다면서 “상황이 너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고 잘못된 정세, 상황 판단으로 인해 미국을 미스리드(mislead·잘못 이끌다)하고 싶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박성재 법무부 장관에게 “지난 4일 밤 계엄 해제 뒤 대통령 안가에 가서 김주현 민정수석 등과 저녁을 먹었냐”면서 “국민이 추운 겨울 밖에서 윤석열 불법 계엄을 규탄하는 시간에 안가에서 술을 먹었냐”고 질문했다. 이에 박 장관은 “술은 먹지 않았고, 사의를 표명한 상황이라 모여서 다시는 보기 어려울 거니까 (만났다)”면서 “적절하지 못했다면 잘못을 인정하겠다”고 말했다. 또 조 대표가 “퇴직한 뒤 본인을 모셨던 윤석열씨의 변호인단에 합류할 것”이냐고 묻자 박 장관은 “우선 제 코가 석 자”라고 답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을 감싸는 듯한 국민의힘 윤 의원의 모습에 야당 의원들이 격렬하게 항의하는 일도 벌어졌다. 윤 의원은 박 장관과의 질의 과정에서 중앙대 이인호 교수의 주장을 인용하며 “대통령이 직무판단에 있어 위헌판단을 해도 처벌할 수 없다고 규정할 수 있는 걸 아느냐”고 했다. 또 그는 1997년 판례를 언급한 데 이어 “2010년도 대법원 판례에 의하면 고도의 정치 행위에 대해서는 대통령의 권한을 존중하면서 사법 심사를 자제하는 선에서 위헌성을 심판해야 한다”고도 했다.
이에 야당 의원들은 전두환 전 대통령 사위였던 윤 의원을 겨냥해 “전두환”을 연호했고, 우원식 국회의장이 질의 도중 “대통령의 명에 의해 군대가 국회에 총을 들고 들어왔는데 같은 국회의원으로 그걸 통치행위로 얘기하는 게 말이 되냐”고 하기도 했다. 여기에 윤 의원은 “의장님께서도 대법원 판례를 공부해보라”고 맞섰다.
위헌 논란을 빚은 ‘한·한(한동훈·한덕수) 공동 국정 운영’에 대한 지적도 제기됐다. 조 대표는 “한·한 공동 운영 방안을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먼저 들고 왔나”라고 물었고, 한 총리는 “저는 본 적도 없다”고 답했다. 한 총리는 ‘발표 날 한 대표가 그 문장(대통령 권한을 인수한다)을 읽을 순간까지 못 봤다는 말이냐’는 조 대표의 질문에도 “못 봤다”고 했다. 지난 8일 한 대표는 한 총리와의 공동 대국민 담화에서 “대통령 퇴진 전까지 총리가 당과 긴밀히 협의해 민생과 국정을 차질 없이 챙길 것”이라고 밝혔다.
한 총리는 이날 본회의 참석에 앞서 계엄 사태 이후 처음으로 자신의 처신에 대한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한 총리는 이날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통해 “대한민국 국무총리로서 우리 국민이 처한 현 상황과 그에 이르게 된 전 과정에 대하여 무거운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면서 “3일 밤 비상계엄 선포 과정에서 일관되게 반대했지만 끝내 막지 못한 것을 깊이 자책하고 있다”고 했다.
한 총리는 윤 의원과의 질의 과정에서 “대한민국 경제와 대외신인도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것이고 국민의 수용성도 없을 것”이라는 이유를 들며 계엄에 반대했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야당 의원들은 “(계엄을) 막으려면 나가서 언론에 알렸어야 한다”고 고성을 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