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지역 12개 도시가 ‘살얼음판’ 경쟁을 이어온 경기형 과학고등학교 추가 설립 후보지로 성남, 이천, 시흥, 부천의 4곳이 선정됐다. 예비지정 발표가 2주간 미뤄지는 등 과열 양상을 띤 유치전이 마무리되며 지역 간 분위기도 엇갈리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은 11일 수원 광교 청사에서 성남·부천에 기존 일반고의 과학고 전환을 승인하고, 이천·시흥에 새 과학고 설립을 허락하는 내용의 예비지정 심사 결과를 발표했다. 해당 지자체와 학교들은 특수목적고 지정·운영위원회 심의, 교육부 장관 동의를 거쳐 교육감 지정·고시로 과학고를 개교하거나 전환된다. 과학고 전환은 2027년 3월, 신설은 2030년 3월 이뤄질 예정이다. 현재 도내 과학고는 2005년 의정부시에 개교한 경기북과학고가 유일하다.
송진웅 서울대 교수(위원장)를 포함한 7명의 외부 심사위원은 지자체들이 낸 공모 신청서를 설립, 운영, 교육과정의 3개 영역으로 나눠 심사했다. 이들은 비공개 합숙·심층 질의·토론을 거쳤는데 지역 특색과 자원을 반영한 교육과정에 주목했다고 밝혔다.
성남은 분당중앙고의 과학고 전환을 신청했는데 과학중점학교로 운영돼온 이력과 인근 판교 지역의 IT 관련 기관과 연계한 특화 교육과정이 심사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부천 역시 부천고의 과학고 전환에 과학중점학교 운영과 로봇 분야 특화 교육과정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과학고 신설에선 SK하이닉스 반도체 공장이 있는 이천이 반도체 관련 특화 교육과정과 시의 지원 등을 이유로 높은 점수를 얻었다. 서울대 시흥캠퍼스가 있는 시흥은 서울대 연계 바이오·생명과학 교육과 기존 부지들의 과학고 부지 전환에서 가점을 받았다.
신상진 성남시장은 “지역 첨단 산업과의 연계를 통해 과학기술 중심 도시로서 위상을 강화하겠다”고 밝혔고, 김경희 이천시장은 “시 곳곳에서 과학고 유치를 희망하는 퍼포먼스가 이어질 정도로 이천은 과학고 유치에 진심”이라며 반겼다. 이천이 지역구인 송석준 국민의힘 국회의원도“최종 지정까지 차질 없이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예비지정 공모에서 선정되지 못한 지역들은 아쉬움을 숨기지 못하고 있다. 이번 공모에는 고양, 구리, 김포, 용인, 평택, 화성, 광명 등 12곳이 신청했는데 탈락한 지역에선 “당황스럽다”는 반응이 이어진다.
용인시 관계자는 “선정이 안 된 이유에 대해 분석하고 있다”며 “지역 내에서 첨단기술 인력 양성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화성시와 광명시 역시 아쉽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들 지역은 과학기술과 관련한 교육환경 개선, 과학고와 별개로 인재 양성 등의 계획을 마련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평택시와 구리시는 재도전 의사를 밝혔다.
한편,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경기지부를 비롯한 경기지역 일부 교육·시민단체들은 이날 성명을 내고 과학고 추가 설립 계획 중단을 요구했다. 이들은 “교사, 학생, 학부모, 지역까지 경쟁으로 치닫게 하는 현실이 참담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