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독자에게는 처음이 ‘소년이 온다’이면 좋을 것 같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소설가 한강은 11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의 한 출판사에서 열린 한국 언론 대상 기자간담회에서 어떤 작품을 먼저 읽으면 좋느냐는 질문을 받자 이같이 답했다.
소년이 온다는 한강의 대표작 중 하나로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의 손에 목숨을 잃은 중학생 동호를 비롯한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다뤘다.
한강은 해당 소설에 대해 “실제 일어난 사건을 다루는 만큼 더 조심스러웠다”며 “이 책이 광주를 이해하는 데 어떤 진입로 같은 것이 돼 주지 않을까하는 바람이 있었다”고 밝혔다.
한강은 이어 “이 책(소년이 온다)과 연결된 ‘작별하지 않는다’를 이어서 읽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작별하지 않는다는 제주 4·3의 아픔과 화해를 승화한 소설로, 제주4‧3 당시 중산간 마을 초토화 작전으로 희생된 주민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노벨문학상 선정 기관인 스웨덴 한림원의 종신위원인 스웨덴 소설가 엘렌 맛손은 전날 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를 언급하며 그의 작품 세계에 대해 “꿈과 현실, 과거와 현재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변화가 끊임없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한강은 “너무 진한 책보다 조금 성근 책을 원한다면 ‘흰’이나 ‘희랍어 시간’을 읽는 게 좋을 것 같다”며 “‘채식주의자’는 처음부터 읽기보다 다른 책을 읽은 뒤에 보면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강은 향후 집필 계획과 관련해 “여태까지도 늘 써왔는데 앞으로 글을 쓰는 게 어려워질 이유느 없다고 생각돼서 계속 쓰던 대로 쓰려고 한다”며 “3부작을 마무리하는 소설을 이번 겨울까지 쓰려했는데 (노벨상 수상으로) 준비할 일이 많아 늦춰졌다”고 설명했다.
한강은 당초 2015년 황순원문학상을 받은 ‘눈 한 송이가 녹는 동안’과 2018년 김유정문학상 수상작인 ‘작별’에 이어 세 번째 작품을 써서 3부작을 마무리하려 했지만 집필 과정에서 결이 달라지고 분량도 길어져 장편 작별하지 않는다로 출간한 바 있다.
한강은 또 “흰과 형식적으로 연결된다고 말씀드렸던 책도 다음에 써야 한다”고 했다. 그는 지난 7일 강연에서 일찍 세상을 떠난 자신의 언니를 다룬 소설을 집필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