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중국에 대한 초강경 관세 정책을 꺼내든 동시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취임식에 초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중 강경 통상정책을 쓰면서도 중국과의 대화의 문을 열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미국 CBS방송은 11일(현지시간)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당선인이 지난달 대선 직후 내년 1월20일 워싱턴에서 열리는 자신의 취임식에 시 주석을 초청했다고 밝혔다. 다만 시 주석이 초청을 수락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고 CBS는 전했다. 워싱턴 주재 중국대사관 대변인은 이 문제와 관련한 질문에 논평하지 않았다.
트럼프 당선인은 선거 기간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6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약했으며, 지난달 펜타닐 등 마약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중국에 10%의 관세를 추가로 부과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도 대선 선거운동 과정에서 시 주석 개인에 대해서는 ‘좋은 친구’라고 칭찬했다. CBS는 “트럼프 당선인은 오랫동안 지도자 대 지도자의 긴밀한 관계가 국제 협상의 핵심이라고 믿어왔다”고 언급했다. 중국에 대한 초강경 관세 정책을 펴면서도 시 주석과의 친분을 쌓으려 하는 것이다.
트럼프 당선인의 2기 내각 진용에서도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지명자 등이 중국과의 완전한 디커플링(탈동조화)을 원하는 반면 정부효율부 공동수장을 맡은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와 일부 경제 관료들을 중심으로는 중국에 고관세를 부과하면서도 거래 관계를 이어가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시 주석 외에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가 트럼프 당선인의 취임식 참석 여부를 고려 중이지만 1874년 이후 국무부의 기록에 따르면 미국 대통령 취임식에 다른 나라의 정상이 참석한 적은 없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당선인의 고관세 정책에 대한 맞대응으로 중국 당국은 내년 위안화 약세를 용인하는 것을 고려한다고 전했다. 위안화 가치가 떨어지면 중국 기업들의 수출 가격이 저렴해지는 효과로 관세 인상의 영향이 상쇄된다. 또 중국 본토의 통화정책이 더 완화되는 환경이 만들어진다. 소식통은 위안화 절하 용인은 환율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일반적인 관행에서 벗어나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런 기조는 11일부터 이틀간 열린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도 논의된 것으로 보인다. 중국 지도부는 지난 9일 열린 중앙정치국 회의에서 내수 촉진을 강조하며 “보다 적극적인 재정정책과 적절히 완화한 통화정책을 이행해야 한다”고 밝혔는데, 이때 의논한 내년 경제정책 기조가 중앙경제공작회의를 통해 확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앙정치국 회의에서 중국 지도부는 통화정책과 관련해 ‘온건(穩健·중립)’ 대신 ‘적절히 완화(適度寬松)’라는 표현을 넣어 내년 더 많은 금리 인하를 예고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중국의 통화정책은 완화, 적절한 완화, 온건, 적절한 긴축, 긴축 등 5단계로 구분된다.
중국의 주요 싱크탱크인 ‘중국금융 40 포럼’은 지난주 발표한 보고서에서 무역 긴장 시기에 위안화 환율이 유연하게 움직이는 것을 확실히 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달러화 고정 방식 대신 유로화 등 비(非)달러화 통화 지수에 연동하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도 제안했다.
한 소식통은 인민은행이 무역 충격에 대응하기 위해 위안화가 달러당 7.5위안까지 떨어질 가능성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위안화는 달러당 7.25위안 수준으로, 트럼프 당선인이 승리하기 직전인 지난 9월 말보다 약 4% 하락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