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담화에… 친한계 찬성 대열 속속 가세 ‘탄핵 카운트다운’ [비상계엄 후폭풍]

국민의힘 격랑 속으로

한동훈, 의총서 “당론으로 가결해야”
진종오·한지아도 찬성… 가결 1표 남아
권성동 선출에 이탈표로 이어질 듯

친윤 일각서도 탄핵 수용 기류 감지
“법 심판 받겠다는 尹, 저지 명분 없어”
오세훈·김태흠·김영환도 “탄핵해야”

국민의힘이 12일 걷잡을 수 없는 탄핵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어갔다. 한동훈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찬성 의사를 강력히 드러낸 뒤 친한(친한동훈)계 의원 2명이 탄핵 찬성 대열에 합류했다. 현재까지 공개적으로 탄핵 찬성 의사를 시사한 의원은 7명이다.

 

특히 친윤(친윤석열)계가 원내지도부를 장악하자 친한계에선 반발 조짐이 일고 있고, 친윤계 내에서도 “법적 판단을 받아보자”는 의견이 나오면서 더는 탄핵을 피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尹, 즉각적 직무정지 필요”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12일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한 대표는 이날 입장 발표를 통해 “대통령의 조기 퇴진 의사가 없음이 확인된 이상 즉각적인 직무정지가 필요하다”며 “탄핵 외에 다른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남제현 선임기자

◆친한계 중심 ‘탄핵 찬성’ 급물살

 

한 대표는 이날 오전 대국민 담화에서 “당론으로 탄핵에 찬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2·3월 퇴진 후 4·5월 조기 대선’을 주장하며 ‘질서 있는 퇴진’ 로드맵을 제시했지만, 윤 대통령이 받아들이지 않자 입장을 선회한 것이다. 한 대표의 강력한 의지에 발맞춰 친한계인 진종오·한지아 의원이 공개적으로 탄핵 찬성 의사를 밝혔다.

 

이로써 탄핵소추안 가결 요건인 여당 내 이탈표 8표 중 7표(조경태·안철수·김예지·김재섭·김상욱·진종오·한지아)가 확보됐다.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가 이날 의원직을 상실해 국회 재적 의원수는 299명으로 줄었다. 이에 따라 14일까지 승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범야권 의석은 191석으로 준다. 탄핵안 가결에 필요한 여권 ‘이탈표’는 8석에서 9석으로 늘게 된다. 다만 비례대표 승계 작업이 13일 마무리될 것이라는 게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설명이어서 정치권은 14일 탄핵소추안이 국회 문턱을 넘는 데 필요한 여권 이탈표를 8표로 계산하고 있다. 탄핵안은 재적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통과된다.

 

진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이번 주 토요일 국회에서 진행될 탄핵 표결에서 찬성표를 던지겠다”고 했다. 한 의원은 페이스북에 “대통령의 거취는 본인이 선택하는 게 아니라 국민이 선택해야 하고, 국민의 선택에 우리 당도 따라야 한다”며 “이번 주 토요일 표결에 반드시 참여해서 바로잡겠다”고 적었다. 한 의원은 명시적으로 탄핵 찬성 의사를 밝히진 않았지만, 이날 본회의에 상정된 일명 ‘김건희 특검법’과 ‘내란 일반특검법’에 모두 찬성표를 던졌다.

 

나머지 친한계 의원들은 말을 아끼고 있다. 하지만 권성동 신임 원내대표를 필두로 친윤 색채가 뚜렷한 원내지도부가 출범하면서 계파 갈등이 결국 이탈표 흐름으로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친한계 중진인 조경태 의원은 국회에서 권 원내대표의 당선에 대해 “대통령을 연상시키는 후보가 당선이 되면 당이 또 민심에 동떨어진 어려운 길로 갈 것”이라며 “탄핵은 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꼭 탄핵에 찬성을 하지 않더라도 친한·비윤계 의원 10여명은 표결 참석 의사를 밝힌 상태다. 권 원내대표는 의원총회를 통해 표결 참석 여부를 정하겠다는 방침이지만, 표결 참여자가 늘수록 무기명투표로 진행되는 탄핵안 표결에서 이탈표가 나올 가능성이 높아진다. 한 비한(비한동훈)계 초선 의원은 “대통령도 탄핵 심판을 받겠다고 한 마당에 표결에 참석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귀띔했다.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친윤계도 “탄핵 받아보자” 기류

 

이처럼 탄핵 물살이 가속화하는 가운데 친윤계 안에서도 “숨이 목끝까지 찼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힘에 부치는 모양새다. 한 친윤계 의원은 통화에서 “대통령을 진정으로 위하면 헌법재판소에 가서 법조인답게 싸울 기회를 드리는 게 답이라고 생각한다”며 “탄핵을 1∼2주 늦춘다고 흐름이 바뀌겠나. 더는 (탄핵을) 막기 어렵다”고 털어놨다. 윤 대통령이 ‘즉시 하야’보다는 ‘탄핵 심판’을 받겠다는 뜻이 알려지자 친윤계 내에선 적극적으로 탄핵을 저지할 명분이 없어졌다는 기류가 형성된 것이다. 앞서 “탄핵만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을 냈던 국민의힘 시도지사들도 속속 탄핵 찬성으로 돌아섰다. 여권 잠룡으로 꼽히는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지금까지 밝혀진 사실만으로도 (윤 대통령은) 탄핵소추를 통해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계엄 사태 이틀 후인 6일에는 “탄핵만이 능사가 아니다”며 신중론을 편 바 있다.

 

김영환 충북지사 역시 “더 이상의 혼란을 막고 민생안정을 이루기 위해서는 헌법기관인 국회의원들은 책임감을 갖고 탄핵소추안 표결에 임해야 한다”고 했다. 김태흠 충남지사는 “어떤 결정을 하든지 단합된 결정은 분열보다 낫다”며 “국민의힘 전 의원은 탄핵 표결에 참여해 육참골단(肉斬骨斷)의 심정으로 탄핵 절차를 밟자”고 주장했다.

 

다만 친윤계 중진들의 이탈표 저지 시도가 이어지면서 여당 내 탄핵 찬반을 둘러싼 균열이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윤상현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국정 안정화 방안을 만든다고 토론 중에 갑자기 탄핵을 당론으로 제시하고 당을 어디로 끌고 가는지, 우왕좌왕 침몰하는 배의 오락가락 선장의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대통령실 출신 강승규 의원은 “한 대표는 대통령 담화를 ‘내란 자백’이라고 비난하며 탄핵 찬성을 당론으로 추진했다”면서 “참으로 경솔한 언행”이라고 꼬집었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탄핵은 이제 막을 수 없는 흐름”이라며 “지금은 당이 분열하기보다는 차라리 탄핵을 당론으로 정하고, 단일대오로 가는 것이 당을 살리는 길”이라고 했다.